- 통영·창원지역 복지관 경로당
- 진정될 때까지 임시로 문 닫아
- 노인들 "버려진 것처럼 쓸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불길이 복지에도 번졌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소 운영이 곳곳에서 중단되고 문을 닫는 경로당이 속출하고 있다.

12일 경남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과 옥포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무료급식과 차량 수송 서비스를 오는 19일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온 노인 등 취약계층 700여 명이 당장 밥을 굶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외출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은 무료급식 대상자는 하루 평균 400~500여 명, 옥포종합사회복지관 250여 명이다. 거제시는 이들 복지관의 무료급식 및 차량 수송 서비스 중단에 대해 "취약계층이 많이 드나드는 다중이용시설이라 메르스 감염 우려가 있어 그런 불상사를 사전에 막기 위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근 창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들 복지관의 무료급식 등 복지 서비스 중단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어 혜택을 받아온 취약계층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모(76) 씨는 "복지관 무료급식을 통해 점심을 해결했는데 무료급식이 중단되니 끼니를 어떻게 해야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거제시는 이들 복지관의 무료급식 중단 대안으로 무료 도시락 배달을 늘리기로 했다.

통영시 노인복지회관은 무료급식과 함께 합창 요가 등 모든 프로그램을 이날부터 잠정 중단했다. 이 때문에 100여 명의 노인이 무료급식 등 혜택을 못받게 됐다. 박모(75) 씨는 "이곳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점심까지 해결했는데 급식과 모든 수업이 중단되니 버려진 것처럼 불안하고 쓸쓸하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종합사회복지관과 도남사회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는 현재 정상 운영하고 있지만 메르스 확산 시 이들 시설도 운영을 잠정 중단할 방침이다. 시는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에 참여하는 955명의 노인들에 대해서는 매일 체온을 체크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창원시의 경우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간 병원 인근의 경로당 3곳이 이날 임시로 문을 닫았다. 시내 970여 곳의 다른 경로당들도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때 까지 가급적 출입을 자제하도록 노인들에게 권고했다. 시는 관내 노인복지관 등 90여 개의 노인 관련 시설에 메르스 대처요령을 담은 안내문을 배포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등 메르스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