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지역 두 번째 메르스 양성 환자가 입원했던 수영구 좋은강안병원 로비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6월 1일 도시철도 타고 출근
- 증세 보인 2일부터 자가용 운행
- 11일 기침 증상 때까지 자유행동
- 입원병원 부산판 삼성병원 우려
- 보건당국 격리대상자 관리 구멍

부산에서 두 번째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이모(31·수영구 망미동) 씨와 부산의 메르스 환자인 박모(61) 씨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발병 이후에도 직장을 다니는 등 활동반경이 비교적 넓었다는 점이다. 또 다인실에 5일간 입원해 병원 내 4차 감염 우려도 큰 상황이다.

■식당에서 점심 먹고, 택시로 귀가

이 씨가 부산에 내려온 후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7일간 동선은 여느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열이 나기 하루전인 1일에는 도시철도를 이용해 사직역 인근 회사로 출근했고, 회사 앞 구포촌집국수에서 식사를 했다. 퇴근 후에는 해운대 좌동 영남식육식당에서 식사하고, 인근 황금새우 가게로 옮겨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2일부터는 자가용으로 출근했으나 마찬가지로 국숫집과 대어대구탕 등에서 점심을 먹었다. 특히 야간에 병원을 오갈 때는 택시를 이용했다. 2일 발병 이후 8일 입원하기까지 이 씨가 택시를 이용한 횟수만 해도 일곱 차례나 된다. 입원하기 전까지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에 세 차례(2일 센텀병원, 4일 한서병원, 6일 좋은강안병원)나 진료를 받았지만 메르스 환자로 걸러지지 않았다. 부산시 김기천 건강체육국장은 "이 씨가 기침 증상이 나타난 것은 11일로 그 이전에는 열만 날 뿐 다른 증상이 없어 메르스 환자로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선 부산의 첫 확진자 박 씨 역시 기침 증상이 없어 당시 박 씨를 진료했던 동아대병원은 이 씨를 자택으로 돌려보내 그만큼 확진이 늦어졌다.

■슈퍼전파자 되나

지금까지 발생한 국내 메르스 환자는 메르스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 내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첫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대표적이다. 이는 좁은 병실에서 여러 환자와 간병인이 함께 생활하면서 그만큼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이 부산의 메르스 진앙지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씨는 5일간 수영구 남천동 좋은강안병원 3인실에서 진료를 받아왔고,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격리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 여기저기를 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일 확인된 창원의 115번 환자(여·77) 역시 창원SK병원에 6일간 입원한 것이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이 꼽은 슈퍼전파자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왜 격리대상자에서 빠졌나

이 씨가 메르스 검사를 받게된 것은 입원하고 있던 병원의 판단 때문이다. 열이 나던 이 씨에게 기침 증상까지 발현하자 12일 음압병실로 옮겨 메르스 검사를 의뢰한 것이다. 즉, 이 씨는 대전 대청 병원에서 2주나 근무했지만 격리 대상자에서는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이 씨가 대청병원 정규직원이 아니라 파견 상태에서 근무하다 부산으로 내려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보건당국의 격리자 파악에 구멍이 나 있었던 셈이다. 그 사이 이 씨는 자신이 메르스 환자인지도 모른 채 부산에 내려와 일상생활을 했고, 접촉자가 900여 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부산 메르스 제2 양성자 이동경로]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