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간 232차례 허위 입·퇴원
- 타낸 돈으로 호화관광·쇼핑
- 확인서 발급한 병원장도 입건

영화 '하면 된다'에서 주인공 병환(안석환 분)의 가족은 집에 압류딱지가 붙어 달동네 단칸방으로 이사를 한다. 아픈 속을 달래던 병환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 길가에 서 있는 트럭 뒤에서 볼일을 보다 트럭에 치인다. 이 사고로 생각지도 못한 보험금을 탄 이들 가족은 보험사기단의 길로 들어선다.

영화 내용을 뺨칠 만한 일가족 보험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0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허위로 입·퇴원을 하며 15개의 보험사로부터 13억3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전모(여·68·주범) 씨 일가족 및 지인 11명을 검거해 조모(여·62·보험브로커)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를 불구속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또 허위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해 요양급여비 1억여 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병원장 허모(70) 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보험사기로 병원장을 입건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 씨 일당은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미한 관절염 등으로 병원진료를 받으면서 총 232회에 걸쳐 4026일간 허위로 입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기간에 외제차로 관광하거나 유명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즐기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김해 일대 병원장들이 경미한 병명으로도 반복적으로 입원시켜준다는 소문을 듣고 안산 울산 고성 등에 거주하는 가족과 지인을 불러 무려 1700여 일을 같은 병원에 동반 입원하기도 했다. 입원 기간에도 신규로 보험에 가입하면서 월 500만~600만 원의 보험료를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으로 충당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2억 원 이상 받아 챙긴 전 씨의 딸 박모(41) 씨 등 3명은 구속됐다. 박 씨는 주거지가 경기 안산임에도 불구하고 김해의 병원까지 원정진료를 받고 총 326일을 입원해 2억4000만 원을 챙겼다. 그는 또 시어머니까지 허위입원 시키려다 남편과 다퉜고, 남편이 박 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와 강제로 퇴원시키기도 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이혼하기에 이르렀다. 구속된 김모(53) 씨는 타이어 수리업자였지만 보험사기에 빠져 일을 그만두고 보험금을 월급삼아 생활하기도 했다.

박용문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보험사기로 연간 4조 원이 지출되고 있는데 이는 병원의 방조와 묵인이 한몫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대와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4533억 원이던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2013년 5190억 원, 지난해 5997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