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부산 구덕산 '치유의 숲'(본지 지난 4월 7일 자 6면 등 보도) 사업 부지가 결국 바뀐다. 부산시는 다른 곳에 '치유의 숲' 조성 사업지를 찾는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애초 내년 상반기까지 국비와 시비를 합쳐 30억 원을 투입해 서구 구덕산 일대에 치유센터동, 무장애 덱로드, 산림 족욕장 등이 들어서는 치유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특히 다른 시·도와는 달리 구덕산을 끼고 있는 동아대병원과 연계해 병원 의료진이 참여하는 숲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치유센터 건설로 인한 편백숲 훼손, 별다른 시설이 없어도 오랫동안 동네 주민들의 쉼터가 되어온 점 등을 들어 서구와 주민들이 함께 반대하고 나서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전국에 불어닥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광풍으로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등산로를 환자들의 주요 활동 공간으로 활용하는 건 곤란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이에 부산시는 만약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면 파문이 더욱 커질 것 등을 우려해 대상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국비를 지원하는 산림청과 부지 변경 협의를 마쳤으며, 도심 내 산림을 중심으로 대상지 조사에 나섰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치유의 숲 구역 면적은 25ha를 넘어야 한다. 구덕산 사례를 고려해 병원을 제외하고 시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덕산 사업에서는 동아대병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시 관계자는 "예산은 이미 확보가 되어 있는 만큼 다른 대상지를 물색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올해 내에 부지 선정을 마무리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