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초기수요 예측 어긋나
- 대체백신 허용으로 응급조치

부산 영도구 A내과의원은 최근 만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미리 확보해 뒀던 500명분 백신이 모두 동났기 때문이다. 접종자가 몰리면서 급히 추가 100명분을 보건소에 요청했지만 이달 15일 이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A의원 원장은 "보건소를 통해 백신이 남아있는 병원을 안내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은 원래 가던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잘 안 가시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올해부터 노인 무료 독감 예방접종 제공 기관이 보건소에서 일선 병·의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일부 병·의원에서는 백신 물량이 부족해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7일 일선 병·의원에 따르면 노인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1일부터 접종을 원하는 노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백신 부족 사태가 빚어지기 시작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문을 열기도 전부터 노인들이 병·의원 앞에서 줄을 서는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백신 공급량과 수요량이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일선 병·의원 예상 수요량의 60%를 접종 개시일 이전에 이들에게 공급하고 나머지 40%는 5차에 걸쳐 점진적으로 배포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부산에도 지난달 30일까지 24만9620명분이 공급됐다. 이는 전체 노인인구 39만3693명의 64% 수준이다.

그러나 접종이 시작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노인 인구의 약 60%가 접종을 완료하는 등 쏠림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곳곳에서 백신 부족사태가 벌어졌다. 긴급 백신을 신청해도 전날 접종자의 40%만 지급되는 데다 이마저도 최대 3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연제구 B내과의원 원장은 "정부가 홍보는 해놓고 정작 백신은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동네의원은 지금 전쟁터"라고 꼬집었다.

부산시의사회 김보석 공보이사는 "백신이 여유 있는 병·의원도 있지만 이 백신을 다른 병·의원으로 돌린다면 백신 미리 확보하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초기 공급물량 비율을 80% 이상으로 늘리거나 연령별로 접종 시기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질본은 뒤늦게 지난 5일부터 대체백신(유료 접종을 위해 병·의원 측이 따로 구매한 백신) 사용을 허용했으나 신청 물량이 폭주해 7일 오후 6시까지만 접수를 받았다. 질본 관계자는 "수요에 따라 공급 방식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