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구는 주민이 위원장
- 예산 전반 견제 등 모범적 운영
부산에서 주민참여예산 몫으로 신청되는 사업이 부조화 투성이(본지 지난달 30일 자 6면 보도)인 가운데 각 구·군의 참여예산위원회 또한 제구실을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 대부분이 공무원과 관변 단체 인사인 데다 참여예산 사업 검토를 위한 회의도 연간 한두 차례에 불과했다.
7일 본지 취재 결과 부산 16개 구·군 참여예산위원회 위원 수는 지자체별 평균 26.7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공모'로 위촉된 위원 수는 7.75명으로, 전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나머지 주민 위원은 대개 '추천' 명목으로 관변 단체 쪽 인사로 채워진다. 부단체장 등 현직 공무원이 위원장직을 맡은 곳이 13개 구에 달해 위원회가 지자체 입맛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주민이 신청한 사업을 주민위원회가 검토하고 예산에 반영한다는 게 참여예산제의 골자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해 이를 위원회에 넘기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 같은 취지를 가장 잘 살려 운용하는 곳은 2007년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한 해운대구다.
위원회 49명 중 공모 위촉자가 31명이고 위원장도 주민이 직접 맡는다. 한 해분 참여예산사업을 검토하려고 24번의 회의가 열린다.
위원회는 지자체 예산 전반에 대한 견제 역할도 수행한다. 예년 대비 변경 예산과 낭비·선심성 예산에 대한 위원회 지적에 따라 해운대구는 지난해 18개 사업에 편성된 10억 원가량의 사업비를 조정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는 예산 견제는커녕 연간 한두 차례의 총회만 열어 수십 건에 달하는 참여예산사업을 검토하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심의가 될 리 없다.
지난달 부시장을 대신해 부산시 참여예산위원회장으로 선출된 양은진(세무사) 씨는 부단체장이 위원장직을 꿰찬 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 위원장은 "이런 구조에서 위원회 회의는 위원 요구에 대한 부단체장 해명을 듣는 자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시 위원회는 부시장이 빠지면서 위원회 활동에 대한 시의 관심이 줄 것을 염려해 민관협의회 구성을 건의한 상태다.
양 위원장은 또한 "참여예산제는 활성화할수록 지자체가 귀찮아지는 제도인 탓에 관의 홍보가 소극적"이라며 "서울시처럼 시장이 나서 제도에 관심을 두고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