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사칭해 돈을 뜯어낸 김모(55·본지 지난달 26일 자 6면 보도) 씨는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대학교수나 기업가 등이었다.
김 씨는 상대방에게 전화를 건 뒤 "나야, 나 모르겠어?"라고 말해 피해자들이 자신보다 상급자인 누군가로 추측하게 했다. 교수와 기업가들은 부산사투리로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반말하는 김 씨를 당 대표나 대학 총장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 피해자들은 오히려 김 씨를 일찍 알아채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해했을 정도였다.
또 김 씨는 피해자의 주변 정보도 치밀하게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그 대학 총장이나 학장 이름을 거론하거나 해당 학과와 관련된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기부금을 요구한 김 씨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사기 등 전과 21범으로 지난해 12월 출소한 뒤 한 달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의 집 컴퓨터에서는 전국의 대학과 시·도의회 등 200여 곳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다. 미수에 그친 사기 건수도 10건에 이른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새누리당 김 대표나 대학 총장으로 속여 피해자에게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상습사기)로 김 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김 씨는 교수 등 7명에게 전화를 걸어 기부금 명목으로 총 27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