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찔렸습니까?"
지난 21일 부산 대신동 당구장 여주인 살해 사건 현장. 피해자의 목이 흉기로 찔려 사망한 사건을 현장감식하고 나온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정성군 과학수사팀장에게 피해 여성의 조카가 참담한 표정으로 물어 본다. 경찰 조사 결과 4-5분 만에 이뤄진 살인이었다. 4시간 넘게 현장감식을 했지만 사건과 용의자에 대해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섣불리 피해 가족에게 감식내용을 말할 수도 없다. 정 팀장은 머뭇거리다 "몇 번 찔렸다"고 했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시체들을 주로 찾아다닌다고 해서 '갈까마귀', '어둠의 자식들'이라 불린다. KCSI(경찰과학수사대) 로고가 박혀 있는 옷도 검정 색이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는 현장팀과 검시관, 거짓말탐지, 법최면, CCTV 감식, 프로파일러 등 총 21명이 있다. 이들은 부산 전 지역의 강력 사건 현장에 모두 출동한다. 시체들만 보니 직업병도 있다. 과학수사대 검시관 김성일 경사는 "하루에 시체만 10번 이상 볼 때가 있다. 아파트에서 투신했을 때는 아예 신체 부위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들을 사진 찍고 모아 놓는 게 일이다. 차에서 자살하고 부패가 진행된 사체는 정말 참혹하다. 자다가 꿈꾸면 그 현장이 보이면서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잔혹한 사건 뒤 신원 확인을 위해 피해 가족을 보는 것은 곤욕이다. 죽은 사람을 보면, 산 사람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증거가 나오지 않아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때 과학수사대는 가장 갑갑함을 느낀다. 2014년 1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둔기에 맞아 사망한 가야동 고부살인사건은 증거를 찾기 위해 한 달 동안 현장을 찾아야 했다. 결국 피의자의 혈흔이 묻은 구두를 인근에서 찾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사건이 클수록 수사에 따른 부담도 커진다. 프로파일러 김혜선 경사는 "2010년 2월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 유기한 김길태 사건은 부산경찰청장이 직접 프로파일러 분석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부상의 위험도 있다. 김성일 경사의 손가락에는 몇 년 전 화재현장의 현장감식을 하다가 데인 흉터가 아직도 남아 있다. 김 경사는 "과학수사대 내에서 이 정도는 약과다. 절도 용의자가 유리창을 깨고 들어 온 사건현장에서, 유리창의 지문을 찾다가 벽에서 유리가 떨어져 손목 인대가 나간 동료도 있다."고 말한다. 과학수사대는 장기간 부패한 시신들의 세균감염도 항상 걱정해야 한다.
지극히 과학적인 수사대는 항상 음지와 냄새나는 곳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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