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원폭 피해 특별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안건에 상정된 가운데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대한적십자사와 일본 나가사키 원폭병원의 원폭 피해자 건강상담이 열린 경남 합천군 문화예술회관에는 원폭 피해 1세들의 한탄으로 가득 찼다.
2003년 일본 정부가 국외 거주 원폭 피폭자들에게 의료비와 건강검진 제공을 결정함에 따라 일본 원폭 전문 의료진은 2005년부터 한국에서 건강 상담을 해오고 있다. 올해로 21차를 맞은 이번 건강상담에는 6명의 일본 의사가 참여해 합천·거창지역 313명을 비롯한 전국 원폭 피해자를 대상으로 오는 연말까지 진행한다.
이날 3번째 건강 상담을 받은 김일조(88) 할머니는 "일본 의사의 건강검진도 좋지만 무엇보다 원폭 피해자를 위한 국내의 관심과 법 제정이 더 시급하다"고 하소연했다. 1928년생인 김 할머니는 18세 되던 해인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당했다. 그해 10월 할머니는 남편의 고향인 합천에 정착했지만 평생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원폭 피해자 지원단체인 '합천평화의 집' 이남재 사무총장도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원폭 피해자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합천군의회와 경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각각 원폭 피해자 특별법 제정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통과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04년 원폭 피해자 특별법 제정 운동이 시작된 이래 11년 만에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안건으로 상정될 정도로 홀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심진태 지부장은 "생존해 있는 원폭 피해자 1세들의 평균 연령이 82세가 넘고, 2세대의 평균 연령도 40, 50대를 훌쩍 넘기고 있다"며 "정부는 일본 정부의 사죄와 법적 배상을 조속히 받아내는 일에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과거사를 매듭짓고, 특별법 제정에 정부 차원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