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9시간 강의 원칙 지키려면
- 두 가지 이상 전공 맡겨야 가능
- 교육질 저하·무더기 실직 우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시간강사 임용 1년 이상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강의 구조가 특수한 음악대학 등 예술대에는 오히려 독(毒)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부산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교육부는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강사법'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이를 위해 지난달 2일 관련 법령을 입법 예고했다.
강사법의 요지는 현재 통상 한 학기 단위로 돼 있는 시간강사의 임용 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하는 것이다. 강의시간은 매주 9시간이 원칙이다. 강사 신분도 정교수·부교수 등 전임교원과 같이 '교원'에 포함된다. 따라서 내년 1월부터 전국 모든 대학은 지금처럼 학기 단위로 시간강사를 임의로 임용하고 시간강사의 주당 강의 시간 수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 사회는 학교 측의 강사채용 기피와 강의 몰아주기에 따른 시간강사 대량 실직 가능성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음악대 등 예술대학은 강의 구조가 다른 단과대학과 달라 강사법이 시행하면 교육 질이 크게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상당수 대학은 내년부터 한 명의 시간강사에게 1년 이상 임용 기간과 주 9시간 강의 시수를 보장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과목을 맡길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음악대학은 A전공을 한 교수가 B전공을 가르칠 수 없는 구조여서 상황이 다르다. 음악대학은 성악은 물론 피아노 트럼펫 호른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비올라 등 악기 전공별로 시간강사를 초빙하고 있다.
지역대학의 한 음악과 교수는 "경제학과 시간강사는 경제학원론과 세계경제론을 함께 강의할 수 있지만 음악대학은 피아노 전공 교수가 바이올린을 가르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음악대학은 일반학과보다 시간강사도 많다. 부산의 한 사립대 음악학부는 학부생 200여 명 규모에 시간강사는 60여 명이나 된다. 전공수업은 일대일 레슨 형식으로 학생 인원당 강의 시간을 인정받기 때문에 시간강사 한 명이 한 학교에서 주 9시간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 음악전공 강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시간강사를 적은 시수로 쓰고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하지만 해법이 강사법은 아니다"며 "시간강사의 무더기 실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음악대학도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강사법은 세부 전공의 특이성을 간과한 비상식적인 법"이라며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