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 뒷받침 연구 나와… 상속·자산 중요성 더 커진다

부모의 영향력에 따라 삶이 결정되는 이른바 '수저 계급'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낙성대경제연구소 홈페이지(naksung.re.kr)에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 논문을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 민간이 축적한 부에서 상속 및 증여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저성장·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번 소득보다 상속받은 자산의 중요성이 앞으로 급격하게 중요한 요소로 부각할 전망이다.

김 교소는 불평등 문제를 연구한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제안한 방법을 이용해 한국인의 자산에서 상속 자산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추정했다.

연구 결과 상속·증여가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은 1980년대 연평균 27%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 29%로 소폭 상승했고, 2000년대 접어들어 42%까지 급증했다. 자산이 1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27만 원에서 2000년대 42만 원까지 올라간 셈이다.

또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 비율이 1980년대 연평균 5%에서 1990년대 5.5%, 2000년대 6.5%로 상승했다. 2010년부터 2013년 평균은 8.2%에 달한다.

총자산 대비 상속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기준으로 독일(42.5%), 스웨덴(47%), 프랑스(47%), 영국(56.5%)이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대 연평균을 비교하면 스웨덴과 영국이 8.2%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독일(10.7%)과 프랑스(14.5%)는 더 높았다.

김 교수는 하지만 한국의 경우 상속자산의 기여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에 주목했다. 고령화와 저성장 여파로 조만간 서구권 선진국을 따라잡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1980~1990년대 상속·증여가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이 작았던 이유는 서구 사회보다 고령화가 덜 진행돼 사망률이 낮아서다.

고령 인구가 늘어 사망률이 상승하면 상속이 부의 축적 경로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1980년대 연평균 8%대 고성장을 보인 것도 상속 자산 기여도가 다른 나라보다 낮았던 이유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부모의 도움이 없어도 개인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투자, 저축,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사망률을높인다"며 "그 결과 고도성장기와 거꾸로 스스로 번 소득에 의한 저축보다 상속이나증여에 의한 자산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을 오는 20일 동국대에서 열리는 경제사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한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