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지성'보다 '돈'…교육부 지원받으려 '문사철' 축소할 듯
교육부, 프라임 사업으로 대학 구조조정 유도
"연말 대학가의 핫이슈는 프라임 사업입니다. 학교 기획처장들 모임에서도 최대 화두에요.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대학이나 안 하겠다는 대학이나 누구 말도 못 믿어요. 경쟁률이 높다 보니 눈치 싸움이 대단합니다."
최근 점심 자리에서 만난 대학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이 밑그림이 되어 취재를 시작했다. 전화로 확인한 대학들은 모두 프라임사업에 참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떻게 학과 개편을 하고 어느 정도의 인원이 이동할지 각론으로 들어가자 말을 아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온 게 없습니다. 교육부 공고도 올 연말에서 내년 1월로 연기된 상태이고, 민감한 부분이라 대외적으로 알리기는 좀 그렇습니다"라며 발을 뺐다.
오히려 그들은 다른 대학의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궁금해했다. "A 대학은 대형 사업으로 한답니까, 소형 사업으로 한답니까? B 대학은 인문계열 교수들이 세서 반발이 심할 텐데 그래도 사업에 참여한다고 하던가요?" 그러곤 다른 대학의 사정을 기자에게 귀띔해줬다. "그 대학은 IT나 바이오 학과 쪽으로 개편하려나 보던데요. 거긴 어문학과 중심 대학인데 이공계 중심으로 구조조정하면 대학 간판도 바꿔달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업에 지원하기 위한 학과 조정 인원은 100~200명이 기준이지만 다른 참여 대학과의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조정 인원을 300명 선으로 늘리려고 한다는 대학 얘기도 나온다.
전공 간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사실상 '돈 안 되는' 학과는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대학의 자율성은 무시되고 오로지 재정지원금을 타기 위해 모든 역량과 가치가 쏠리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던 대학이 학문적 장기 목표나 교육의 질보다는 사업성과와 취업률에 치중하는 기업 못지않다.
학교 측의 고민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기업의 현실적 수요를 대학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이로 인한 취업난 등으로 대학교육 무용론이 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인구 감소로 인해 현재의 구조로는 대학의 생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매년 대학 구조개혁과 재정지원의 평가지표로 학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을 들이대며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 청년 취업률은 높아졌을까? 청년취업의 문제가 대학만의 문제일까? 대학개혁보다 먼저 필요한 게 한 치 앞을 못 보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쏟아 내는 교육부의 개혁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