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반대여론 갈수록 증폭

- 오늘 예정됐던 물 공급 연기

부산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관한 주민 불안과 불신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예정된 통수일도 연기됐다. 이는 해수담수시설이 고리원자력발전소와 가까운 곳에 건립되는 등 애초 주민 반발이 예상됐는데도 정부와 부산시가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일관해 빚어진 결과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그동안 예고했던 7일에는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통수(2만1000t)하지는 않겠지만, 그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공급 일자를 확정하고 기장지역 3개 읍·면에 급수하겠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주민 100여 명은 지난 5일 기장군청을 찾아가 오규석 군수와 면담 끝에 7일 부산시청에 함께 항의방문을 가기로 했다. 현재 군청 로비에서는 주민과 군의원 등 3, 4명이 농성 중이다. 해운대구 송정동 주민도 해수담수화 수도관 인근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행정기관과 주민 간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의 해수담수 플랜트 시설은 바닷물을 끌어다가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는 국내 첫 시설이다. 국비와 시비, 민자 등 1954억 원이 투입돼 지난해 6~9월 시험운전을 마치고 준공됐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장군과 해운대구 송정 일대에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주민의 반대로 상업운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바닷물의 방사능 오염문제가 불거진 데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민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는 주민의 불안감을 씻어내기 위해 수십 차례 수질검사를 했고, 문제가 될 만한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 1년간 미국국제위생재단(NSF)을 비롯해 5개 전문기관에서 104회에 걸쳐 검사한 결과 인공방사성 물질은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주민은 1년 내내 기장 앞바다에서 채수해 안전성 검사를 해야 믿을 수 있다며 수질검사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시가 2008년 건립계획 수립 당시에는 식수 공급 목적이 아니라며 주민 공청회나 설명회를 열지 않아 주민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식수 공급이 알려진 뒤에도 통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난달 말에야 시가 조직한 수질검증연합회 주최로 첫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그 당시 주민공청회에서도 반대 주민의 발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