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해관 린드홀름 보좌관이 1895년 4월 9일 총세무사 앞으로 보낸 사냥개 피해보상 관련 공문.

- 덴마크인 해관원 린드홀름
- 억울함 호소하며 배상 요구
- 주민 대신 정부에 지급 요청
- 끝내 못 받고 중국으로 떠나

19세기 말 부산해관원인 덴마크인 린드홀름 보좌관이 애지중지 키우던 사냥개 2마리가 실종되는 바람에 한동안 부산항이 시끌시끌하였다. 린드홀름은 1888년 8월에 청나라 해관에 입사하여 1893년 11월 1일 자로 부산해관원으로 고용된 외국인이었다. 그는 조선에 온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기 나라에서 순종의 적갈색 사냥개인 아이리시 세터 1쌍을 분양받았다. 이 개들은 덴마크의 마을 사냥개 전시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훈련이 아주 잘 된 사냥개였다. 그래서인지 부산에 와서도 질병 한 번 걸리지 않고 현지적응에도 뛰어나 주인과 함께 사냥하면서 지난겨울을 즐겁게 보냈다.

그러던 사냥개가 봄기운을 실은 바닷바람이 새띠벌을 에워쌀 때인 1895년 3월 30일 정오 무렵에 잠시 풀어놓았더니 갑자기 실종되었다. 이국 땅에서 마치 가족처럼 생활하던 사냥개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개를 찾으러 나섰다. 밤새 헤매다 드디어 새벽 동이 틀 무렵 부산항에서 멀지 않은 산촌에서 사냥개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치마을과 괴정마을 주민이 신나게 본인의 개들을 도살하여 잡아먹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3월 하순경이면 그 당시로는 보릿고개가 한창이다. 이곳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사냥개를 잡아먹은 것일까? 아니면 호기심에 사냥개의 맛은 어떤지 하고 한번 보신해 본 걸까? 아무튼, 파란 눈의 외국인으로서 너무나 놀랍고 황당한 일을 당한 건 사실이었다. 여기서 대치마을은 지금의 대티고개 부근에 있던 산마을을 말하고, 괴정은 대티고개 너머에 있는 마을이니까 두 마을은 불과 지척에 있는 거리였다.

린드홀름 해관원은 슬픔보다는 이 억울함을 누군가에게 하소연해야만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당시 개항장인 부산항에서 사법경찰권을 가지고 있는 부산항감리서였다. 그는 이곳에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먼저 개를 잡아먹은 주민을 찾아내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였다. 마리당 150달러씩 해서 모두 300달러였다. 그러자 감리서 직원은 마을 사람들을 기꺼이 처벌할 용의는 있지만 금전적 배상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실토했다. 그러자 린드홀름 보좌관은 '조사 결과 만약 그들이 금전배상을 할 능력이 없다면 흠씬 두들겨 패주었으면 좋겠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 말은 곤장(棍杖)을 쳐달라는 뜻이었다. 그날 오후 냉정을 되찾은 린드홀름 보좌관은 이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해관 동료나 지역유지 등으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다음 날 부산항감리서를 찾은 린드홀름 해관원은 주변의 조언을 참고하여 본래 요구했던 바대로 피해 배상액 300달러를 요청했다. 그리고는 가난한 주민들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되면 부산에 사는 조선인을 위해 미국병원과 보육원에 기증할 것이라고 했다. 곁들여 그는 주민의 형편을 생각하여 50달러 정도는 깎아 줄 수 있으나 범인들에게 내리는 태형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항감리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린드홀름 보좌관은 조선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게 된다. 부산해관의 상부 관청인 서울의 총세무사(지금의 관세청장) 앞으로 피해배상 요청 관련 공문을 띄운다. 그는 1년 반 동안 조선 정부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봉직했으므로 조선국이 현재 본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을 확신하면서 300달러의 국고보조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끝내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부산에 오면서 중국보다 급료를 더 많이 받았지만, 환율 차로 생활이 점점 어려워졌고, 여기에 사냥개 실종사건까지 겹치다 보니 무척 괴로웠던 것 같다. 그러던 나머지 상실감에 빠져 많은 고민을 하다가 1895년 9월 1일부터 만 2년 동안의 장기 연가를 신청했다. 곧 승인이 나자 그는 상해해관의 대기발령자가 되어 부산항을 떠나고 말았다.

부산세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