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해성 '낮음' 진단 핑계로
- 벽 도배 등 최소한의 관리만
- "어린이 피해 생각보다 클 수도"
부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의 40%가 석면에 노출됐으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부산시의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석면 조사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부산 국공립 어린이집 161곳 중 65곳에서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65곳 중 석면 건축자재를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4곳에 불과하다. 남구 1곳과 동구 2곳이 부산시에 예산을 신청했으며, 기장군의 어린이집 1곳은 군 자체 예산으로 석면을 철거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공립 어린이집이 석면 건축자재 제거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정은 이렇다. 현행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석면 건축자재가 사용된 건축물은 6개월마다 위해성 평가를 해야 하는데 석면 건축자재 상태, 손상 가능성, 인체 노출 가능성 등의 항목으로 평가해 석면 건축자재 위해성 여부를 높음·중간·낮음 세 단계로 구분한다. 시는 65곳이 석면 건축자재 위해성이 '낮음'으로 분류돼 안전관리인 지정과 석면 자재 파손, 비산 방지를 위한 유지관리 임무 등 최소한의 안전 관리만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석면의 위험성이 큰 만큼 근본적인 시설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잠복기가 최대 40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피해를 즉시 파악하기 힘든 데다 아이들은 성인과 비교해 면역력이 약해 석면 건축자재 철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석면피해예방센터 최미경 이사장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에게 최소 수준인 법정 기준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현장에서 석면비산 방지 대책으로 천장이나 벽면을 도배하는 수준인데 영·유아 시설에는 안일한 대처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이 석면 건축자재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공사 비용이 많이 든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시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석면 건축자재 철거를 포함해 낡은 시설을 고치는 데 최대 3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지만, 어린이집은 전체 시설을 바꿔야 하는 부담 탓에 쉽게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부산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관계자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린이집 기능을 보강하고 싶은데 예산을 요청한다고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체 예산으로는 빠듯해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 역시 "어린이집 시설 개선 비용은 국비 지원을 받는 부분이라 예산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