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조들호의 감자탕' 있다

부곡동 불로만숯불바베큐 김도희 사장 건물주 상대 투쟁

최근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건물주에게 억울하게 쫓겨날 뻔했던 '할매 감자탕'과 같은 처지의 가게가 부산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인단체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하 맘상모)'은 28, 29일 금정구 부곡동의 한 치킨집 앞에서 건물주에 대한 규탄대회를 연다고 27일 밝혔다.

　맘상모는 임차상인 권리 확산을 위한 '전국 순회 프로젝트 PLAY 사업'을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맘상모는 사업 첫 개최지를 부산 금정구 부곡동 새마을금고 부곡점 앞으로 정했다. 이곳은 건물주인 새마을금고의 재건축 계획으로 쫓겨날 처지에 놓인 '불로만숯불바베큐' 사장 김도희(여, 48) 씨가 200일 가까이 1인 시위를 하는 곳이다. 맘상모는 이곳에서 첫째 날에는 거리강연·임차상인 권리 상담소·홍보 등을 진행하고, 이튿날에는 새마을금고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김 씨는 2013년 1월 부곡동 한 상가에서 권리금 2500만 원을 투자해 가게를 열었다. 단골손님도 늘며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던 2014년 10월 새마을금고 부곡점이 이 상가를 인수했다. 새마을금고는 재건축을 이유로 김 씨의 계약 갱신을 거절했고,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퇴거 요청을 했다. 이를 김 씨가 거절하자 새마을금고는 명도소송을 제기, 2015년 9월 1심 재판부는 김 씨에 보상금 750만 원을 받고 나가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 씨는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김 씨가 이길 확률은 희박하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영업 기간을 5년으로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예외조항'이 있었던 탓에 임대인의 재건축 의사 표명만으로 영업 기간에 관계없이 쫓겨나는 임차상인이 많았다. 문제가 커지자 국회는 2013년 8월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이 예외조항을 없앴다. 하지만 김 씨의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을 법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 1월에 맺어 1심에서 패소했다. 개정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서다.

　맘상모 관계자는 "소유권만 과도하게 인정하는 법과 제도 탓에 임차상인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서민의 금고라고 하는 새마을금고가 불로만숯불바베큐와 상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옛날 법' 때문에 패소가 예상되지만 가족과 생계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좋게 해결을 하려고 했으나 보상금 차가 워낙 커 합의하지 못했다"며 "2심 결과를 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