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누리과정(만3~5세 무상교육) 예산 편성 책임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감사원은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의 재원도 충분하다고 밝혀 교육청의 반발과 함께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24일 전국 17곳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누리과정 예산편성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또는 전부 미편성한 11개 교육청의 교육감에게 예산을 우선 편성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부산은 올해 누리과정 소요 예산 중 58%인 1330억 원을, 울산은 전액인 1034억 원을, 경남은 59%인 1697억 원을 편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우선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지방재정법 시행령' 등이 헌법과 상위 법률에 위배되는지 조사했다. 감사원은 법률 자문을 구한 법무법인 등 7곳 중 5곳이 "위헌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6곳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관련 시행령을 위헌·위법이라고 결정하지 않은 현 단계에서 이 시행령은 유효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11곳의 시·도교육청 가운데 9곳은 충분한 재정 여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자체 전입금 등의 추가 세입 활용, 과다 계상된 인건비·시설비 등을 조정해 마련한 재원(1조8877억 원)으로 부족한 누리과정 재원(1조4628억 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시·도교육청이 학교용지를 매입하면서 시·도로부터 받지 못한 장기미전출금을 받거나 ▷시·도로부터 제때 지방세 정산분 및 지방교육세 보전분을 받으면 재정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도교육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 지방세 정산분의 경우 지자체로부터 언제 시·도교육청으로 넘어올지 알 수 없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3년간 발행한 지방채와 이자 등 빚만 9000억 원에 달해 교육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보육대란과 시민혼선을 막기 위해 올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977억 원을 추경 예산안에 전액 편성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누리과정 예산은 원칙적으로 중앙정부가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태경 정홍주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