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덕, 밀양보다 확장성 우위…접근성도 수요 따질 땐 앞서

- 국토부서 하는 신공항 용역과 같은 조건으로 1년간 진행
- '공정한 선정' 압박용으로 풀이

영국 에이럽(ARUP)사의 연구용역 결과에서 신공항 입지로 가덕이 밀양과 비교해 대부분 항목에서 우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용역은 부산시가 3자 검토 기관으로 에이럽을 선정해 1년간 진행한 결과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수행하는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의 과업지시서의 주요 내용인 ▷신공항의 성격·기능·규모 ▷입지 선정 ▷평가(항목·배점 등) ▷결론 도출 등에 관해 ADPi와 동일한 과정으로 타당성을 검토했다.
■가덕, 소음과 안전성 절대 우위

에이럽사가 국내외 공항전문가 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공항 입지 AHP(계층분석 선호도) 조사의 합계에서 가덕은 72%로, 밀양 42%에 비해 30%포인트가 앞섰다. 100점 만점에 가덕은 72점, 밀양은 42점이라는 의미다. 특히 가덕은 강점인 '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공항'과 직결되는 소음과 안전성 항목에서는 밀양보다 각각 10%포인트와 11%포인트 앞섰다. 장애물 항목과 함께 가중치가 22%로 가장 높은 공역 항목에서는 가덕과 밀양이 같은 12%를 받았으며, 접근성(가중치 9%)과 경제적 타당성(가중치 5%)에서는 점수가 같았다.

공항 전문가들이 입지 선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최대용량 확보와 추가 시설확장 가능 여부에서도 가덕은 밀양보다 우위를 보였다. 활주로 1개로 계획된 가덕은 수용량(이용객)이 3040만 명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활주로를 평행하게 2개로 확장하거나 국수봉을 깎아 T형으로 확장한다면 수용량은 각각 6080만 명과 4560만 명으로 늘어난다. 반면 활주로 2개로 설계된 밀양은 공간적인 제약 탓에 근접 평행활주로라는 확장성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량은 4390만 명으로 가덕이 확장했을 때의 수용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수요에 기반한 접근성'에서도 부산이 밀양에 앞선다. 이번 용역을 통해 김해국제공항의 항공수요를 분석한 결과 ▷부산 28% ▷경남 17.5% ▷대구·울산·경북 18% ▷기타(외국인 포함) 36.5%였다. 부산이 동남권 항공수요의 중심도시인 것이 입증된 셈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정 압박

25일 서울에서 신공항 입지 결정의 마지막 관문인 전문가 자문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가 국토부 용역과 유사한 내용의 자체 용역 내용을 발표한 것은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국토부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지 선정을 촉구하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용역의 이해당사자인 시가 직접 3자 검토 용역을 발주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은 파격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새누리당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의 '대구 선물 보따리 발언'과 지난 17일 경남·울산·대구·경북 4개 시·도의 '밀양 회동'으로 신공항 입지 결정에 경제·항공학적 입지 논리보다 정치적 논리가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한 시의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신력 있는 해외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해 입지 조건에서는 가덕이 밀양에 비해 우월하다는 점을 알려 정치적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앞으로 발표될 입지 선정 결과에 대한 보완 또는 반박 자료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경진 행정부시장은 "신공항 입지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경우 부산시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중앙정부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한 입지 선정을 촉구하는 부산의 입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번 자료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 英 에이럽은 어떤 기업

- 50년간 JFK 공항 등 컨설팅, 항공 분야서 세계적 공신력

에이럽(ARUP)사는 1946년 영국에서 설립돼 항공 철도 고속도로 등 주요 기반시설의 컨설팅과 계획, 설계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다. 50년 이상 항공 분야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전문기술,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 인도 라지브 간디 국제공항을 비롯해 영국 히드로 국제공항 5터미널, 중국 베이징공항 3터미널, 미국 JFK 국제공항 5터미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 5터미널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