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대 밀수'가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65년 6월 6일 현충일 새벽 4시30분께였다. 당시 부산항 해군정보기관의 전용부두 앞 도로(지금의 중구 중앙동 수미르공원 인근)에서 건장한 청년 3, 4명이 물건 꾸러미를 군용 지프에 싣고 있는 것을 영도경찰서 연안초소 김만수 순경(당시 39세)이 발견했다. 상당한 거리를 두고 발견했지만, 김 순경은 직감적으로 밀수품이라는 걸 알고 인근 역전파출소로 달려갔다. 혼자 힘으로는 이들을 상대하기가 버거웠기 때문에 지원 요청을 하러 간 것이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보니 어느새 군용 트럭 한 대가 더 늘어나 있었다. 김 순경이 꾸러미를 헤집으려는데 청년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그의 얼굴을 때리고 복부를 걷어찼다. 마침 그때 역전파출소 순경과 방범대원 여러 명이 동시에 도착했고, 어느새 헌병 2명까지 가세해서 진상조사를 한답시고 부산을 떨었다. 이 급박했던 상황을 정리해 상부에 보고한 김 순경은 곧바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본래는 '월광카바레 옆(또는 앞) 밀수사건'이라고 불렀는데 언젠가부터 옆(앞) 자를 뺀 '월광카바레 밀수사건'으로 통했다. 이 밀수사건을 계기로 '특공대 밀수'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사진은 합동밀수단속반의 발족식 장면.

일은 다음 날 신문 지상에서 크게 벌어졌다. 이 새벽의 난투극은 '월광카바레 앞 밀수 사건'이라는 제목 하에 대서특필 됐는데, 문제는 밀수검거자가 부산지구 K헌병대 소속 Y중사 등으로 둔갑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순경은 헌병들이 밀수범을 검거할 때 나타나서 화주에게 두들겨 맞았다고 돼 있었다. 김 순경은 기사 내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억울함을 상부에 호소하면서 군 수사요원이 개입된 사건이니 제대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며칠 후 이 사건은 부산지검 이창우 검사에게 맡겨졌고, 밀수품은 일본제 여자 주름치마 95장 외 5종(당시 시가 500만 원)이었다. 화주는 5·16 직후 밀수혐의로 검거됐다가 1년여 전에 대사면으로 풀려난 '왕년의 밀수꾼' H였다. 그는 폭력배를 양륙책, 현역 군인을 운반책, 전·현직 경찰을 보관책으로 두는 등 권력기관을 개입시킨 대규모 밀수조직을 거느리고 있었다.

사건이 터진 지 13일 만인 6월 19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경찰을 폭행한 밀수범과 밀수조직을 일망타진하라"는 특별지시가 떨어졌다. 경건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자를 추모해야 하는 현충일에, 그것도 공권력에 정면 도전하면서 불법을 저지른 이들의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즉시 군·검찰·경찰·세관 소속 수사관들을 중심으로 전국 22개 지역에 지구반을 거느린 합동수사반이 발족했고, 초대반장엔 서주연 대검찰청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이로써 특공대 밀수와 기타 강력 밀수 사범 단속을 위한 '밀수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대통령의 친필로 된 신임장에는 "위 사람은 대통령인 내가 직접 신임하는 자로서, 육·해·공군은 물론 모든 수사기관은 위 사람의 요구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선명했다. 마치 암행어사 마패에 버금가는 절대 권력을 합동수사반장에게 위임해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부산지역 밀수배들은 아예 꼬리를 감추거나 아니면 통영 마산 여수 등지로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남해안은 악랄한 이들 조직과의 일전을 앞두고 서서히 긴장감이 고조되어 갔고, 승리를 위해서는 밀수선에 총부리를 겨누어야만 했다.

부산세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