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에 찌개·채소·라면까지 제공
- 인기 끌자 우후죽순 신장개업
- 기존 식당들도 리필형태로 변경

- 불황에 장사 잘 돼 업주도 좋고
- 경쟁에 질 높아져 학생들도 만족

'배고픈 청춘은 무한리필 고깃집으로 오라'.

14일 오후 7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앞 A 고깃집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식당 측이 제공한 10개의 의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차지했다. 이 업소의 인기 비결은 바로 '무한리필'. 1만 원이면 1㎏을 먹더라도 상관없다. 1만 원에는 고기뿐 아니라 밥 채소 된장찌개 라면사리까지 포함돼 있다. 밥은 인당 1000원으로, 이 또한 무제한이다.

장전우체국에서 부산대학로에 이르는 약 100m의 길에 영업 중인 8개 고깃집 가운데 6곳이 무한리필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뒷고기의 경우 인당 7500원, 삼겹살은 1만 원가량이 입장료다. 남거나 구운 음식은 포장해 갈 수 없고, 남길 경우 3000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보통 2시간의 제한 시간을 두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금정구지부에 따르면 부산 금정구 장전2·3동에 새로 문을 연 고깃집은 올해만 27개에 이른다. 특히 부산지법 금정등기소 인근과 부산대학로 50번 길에는 무한리필 고깃집들이 몰려 있다.

장전동을 담당하는 외식업중앙회 김병규 씨는 "새로 생긴 고깃집의 99%가 무한리필 업체로 보면 된다"며 "생선구이 가게를 하던 집도 최근 무한리필 고깃집으로 바꾸는 등 상호를 변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고기를 팔던 집도 영업방식을 바꾸는 추세다. 부산대 앞에서 15년째 B 고깃집을 운영해온 이훈철 씨는 "최근 주변에 무한리필 집이 워낙 인기를 끌어 1만 원에 삼겹살 고추장불고기 간장불고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메뉴를 개발했다. 워낙 불황이라 매출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무한리필로 매출이 배 가까이 올랐다. 새로운 활로를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무한리필 삼겹시대' 황인규 슈퍼바이저는 "예전에는 가격이 싼 대패 삼겹살을 찾는 손님과 흑돼지 등 프리미엄 고기를 찾는 손님으로 나뉘었다. 최근에는 가격이 싸면서도 양질의 고기를 찾는 '고급대중화'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무한리필 형태의 프랜차이즈를 지난 4월부터 시작했는데 이미 6개를 개점했고, 이번 주에 4개가 더 문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무한리필 형태의 고깃집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싼 가격. 불황의 여파로 졸업생의 취업이 늦어지면서 싼 고깃집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셀프바에서 샐러드 라면 어묵 등을 제공하는 등 질도 높아졌다. 취업준비생 남창민(29) 씨는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무한리필 고깃집을 가끔 이용한다"며 "고기 질도 좋은 편"이라고 만족해했다.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