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잠을 청하기 힘듭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는 묵살당하기 일쑤고. 이런 판국에 공항을 또 확장한다니…."
경남 김해시 불암동에서 농사를 짓는 김기을(55·사진) 씨는 김해공항 소음 대책위원을 맡고 있다. 김 씨는 정기적으로 주민을 대표해 부산항공청의 회의에 참석해 항공기 소음 피해 관련 민원을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불암동에서 50년간 살아왔는데, 항공소음은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심할 때는 3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지붕 위를 지나가기도 하는데, 유리창이 쏟아져 내릴 듯 요란한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대형 항공기가 지날 때면 건물이 흔들릴 정도라고 한다.
만성적인 항공소음은 차츰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다. 김 씨는 "마을 주민 중 난청 증세는 기본이고, 정신불안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소음 상황에서 대화하는 버릇 탓에 평소에도 큰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주위에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그는 공항공사나 항공청에 주민 피해에 관한 정밀 역학조사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또 지난해부터 김해공항의 항공기 운항시간을 지금보다 2시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감정이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0여 명의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노인이어서 정부에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 신청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김해공항이 확장된다면 지금보다 운항횟수가 배 이상 늘어나고, 운항시간도 연장될 가능성이 큰데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인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