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족침 공부하다 압봉요법 터득
- 알루미늄 돌기로 손가락 혈 자극
- 침과 달리 의료법 저촉 염려 없어

- 배우기 쉽고 누구나 간단히 사용
- 대중화 위해 책 내고 무료 봉사
- 스마트폰으로 방법 알려주기도

사람이 아프면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찾아다닌다. 보통은 병원으로 가지만, 답답한 마음에 침·뜸 전문집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침·뜸은 의료법이란 촘촘한 그물망에 걸려 종종 곤욕을 치른다. 여기에 대체요법으로 등장한 게 압봉(壓鋒)이다.

강현근 남송연구원 원장이 압봉(壓鋒)요법의 효과와 그가 행해온 의료 사회봉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순룡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압봉은 지압봉의 준말로, 혈자리에 자극을 주기 위해 금속으로 된 돌기를 피부에 붙일 수 있도록 만든 동전같은 기구. 침(鍼)은 그 끝의 일부가 신체 내에 들어가지만, 압봉은 지긋이 눌러 자극만 준다. 이 차이가 위법과 합법을 가른다. 대체의료의 웃지 못할 희비다.

부산 범일동에 '압봉 전문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남송연구원 강현근(67) 원장이 그다. 1990년초부터 수족침(手足鍼)을 연구·보급해 온 강 원장은 압봉요법의 효과를 체득하고 자신의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무료 봉사를 해오고 있다. '아픈 사람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그를 만나 특유의 비방(秘方)을 들어봤다.



#손가락은 인체의 압축판

-압봉이란 말이 생소하다.

"수족침을 오래 하다보니 손가락의 혈자리를 알게 되었고 그 혈을 통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압봉이란 걸 깨달았다. 오랫동안 사회봉사 활동을 해오면서 터득한 결과다."

-어떤 원리인가? 과학적 근거가 있나?

"침이 인체에 전기적인 자극을 미친다는 이론에서 침 대신 압봉을 활용하는 것이다. 아픈 부위의 상응점(압통점)을 정확히 찾는 게 중요하다. 상응점에 압봉을 붙이면 환부에 발생한 정전기를 해소해 치료가 되는 원리다."

-침과 압봉은 어떻게 다른가?

"침은 상당히 까다롭다. 누가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불법 시비가 종종 벌어진다. 찌르고 찔리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침 맞기를 꺼리는 것도 현실이다. 반면 압봉은 그런 불법 시비가 없고 무엇보다 시술이 간단하고 편리하다."

-손가락에만 붙이는 이유가 있나?

"손가락은 우리 인체의 압축판이다. 손가락에는 생명기운이 응축되어 기 교환작용이 쉽게 일어난다. 그래서 발병 시 인체의 각 부위에 대응하여 손에 반응이 나타난다. 그 부위를 눌러 치료 효과를 얻는 것이다."

-압봉의 금속성 돌기는 무슨 소재인가.

"알루미늄 소재다. 이온 작용을 할뿐더러 전기전도율이 높다고 한다."



#간단해 누구나 쉽게 배워

-압봉은 부작용이 없는가?

"거의 없다. 간혹 몸에 약간의 부담이 온다는 사람이 있지만, 그럴 땐 붙인 것을 떼버리면 그만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나?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장수시대니 만큼 노인들에게도 좋다. 발목을 삐었다든지 손목이나 허리를 삐긋한 사람들에게 응급처지로도 제격이다. 동창회 체육대회때 응급환자가 있어 압봉으로 즉석 치료해준 적도 있다."

-만성질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목 감기, 불면증, 수족냉증, 급체, 설사 증세 환자들에게도 일정 효과가 있다. 체질에 따라 곧장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한 두달 이상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손에 건강 뜸을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

-의료법이 까다로운 데….

"압봉요법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대체의료 전문가들도 그렇게 본다. 게다가 난 건강한 세상을 펼친다는 꿈 하나로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 오히려 장려해야 하지 않나."

-배우면 혼자서도 할 수 있나?

"그렇다. 그게 압봉의 장점이다. 압봉과 이쑤시개만 있으면 된다. 이쑤시개는 통증 분위를 찾는 진단봉 역할을 한다. 뭉툭한 부분을 손톱 주변에 찌르다 보면 아픈 부위의 상응점이 잡힌다. 그곳을 볼펜으로 표시해 압봉의 금속 돌기 부분을 붙이고 테이프를 감으면 끝이다."

-책도 냈다고 하던데.

"대한노인회 소속 봉사단으로 여러 경로당 등을 돌면서 건강 뜸을 해오다가, 압봉요법이 간단하고 효과적이란 걸 알고 대중화 하기 위해 2년전 '손가락 압봉요법'(남송연구원)이란 안내서를 썼고, 현재 증보판을 준비 중이다."

-압봉은 어디서 구하나?

"시내 의료기기점에 있다. 100개 들이 한통에 5000원이니, 한 개에 50원꼴이다."

-외부 특강도 하는가.

"노인대학, 도서관, 복지관 등에서 주로 한다. 몇년 전 한국정신과학학회 초청 특강을 했는데, 거기엔 동의한의대 교수들도 참가했다. 학계에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건강식단과 의료 봉사

-어떤 계기로 수족침과 압봉을 하게 되었나?

"1980년초부터 식당을 해오면서 '자연건강식'에 관심이 많았다. 그때 처음으로 '고객수칙'을 만들었는데 TV에도 소개됐다. 5, 6차례 식당을 옮기면서 손님들이 민간의료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1990년초부터 수족침을 공부해 봉사활동을 했다. 그 일을 20년 이상 하다보니 압봉이 보인 거다."

-의료계에서 문제를 삼지는 않나?

"아직은 없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사람을 치료하고 고통을 덜어주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임상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부산대 총장을 지낸 모 인사의 경우 내가 사실상 주치의나 다름없다. 그외에도 이름을 대면 알만한 분이 적지 않다. 아직은 관심이 미약하다. 인근 시장이나 파출소, 동네 목욕탕, 경로당 등에서 주로 무료 시술을 한다."

-스마트폰 서비스도 한다던데.

"젊은 세대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통증 부위를 찍어 카톡으로 보내주면 내가 상통점을 알려주고 있다. 압봉 원격 화상요법이다. 서울 D중학교에서 한 교사가 문의해온 것을 스마트폰으로 처방해 보냈더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떤 꿈이 있는가.

"자가치료가 가능한 압봉을 널리 알리고 싶다. 네덜란드에 있는 딸과 사위가 그 중요성을 알고 도와주고 있다. 외국에 알리기 위해 나도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간단한 시술로 가족과 이웃,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 인터뷰 언저리

- 손가락에 붙였을 뿐인데 요통 사라지는 느낌 '신기하네'

강현근(오른쪽) 원장이 박창희 기자의 손가락에 압봉을 부착하고 있다.

신통한 압봉(壓鋒)이었다. 손가락에 가볍게 붙였을 뿐인데, 짓누르던 요통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어? 신기하네요!" 그냥 웃음이 비어져나왔다.

남송연구원 강현근 원장이 해준 처방은 손톱 크기의 동그란 압봉 4개를 손톱 주변에 붙인 게 전부다. 어쩌면 처방이랄 것도 없다. 그런데도 침을 맞은 듯 저릿저릿한 느낌이 왔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저 자신도 놀랄 때가 있어요. 이렇게 간단하고 편리한 시술로 일정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의 깊은 눈매에 침같은 날카로움이 번뜩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압봉요법이 지면에 소개되는 데 따른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제도권 의료계는 이런 대체의료 행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침술의 대가 구당 김남수(102) 옹의 침·뜸 행위를 놓고 벌인 법정공방이 그걸 잘 말해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침사 자격만으로 뜸 시술을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다"며 김 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강 원장은 일찍이 건강식에 눈떠 건강식단을 만들었고, 수족침에 매료돼 노약층을 상대로 사회봉사 활동을 벌여왔다. 1990년초 한국수족침학회 부산지부장을 지냈고, 1996년에는 국제의료봉사 활동을 하며 인도 조로아스터대학의 객원교수증을 받았다.

2000년초에는 창업 도우미로 나서 활동하다가 부산·울산 소상공인연합회를 결성해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건강과 창업, 사회봉사는 그의 일관된 가치관이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자 강 원장이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압봉이 좋다는 건 분명하지요. 배우기 쉬워 누구나 할 수 있고, 위험하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효과가 좋으니까요. 이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죄가 되지 않도록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