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건물주 10만원→ 80만원 요구
- 개·보수 공사로 손님마저 줄어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밈'은 부산에서는 하나뿐인 유기농 레스토랑이다. 모든 요리를 경남 합천군 등 시골에서 가져온 식재료로 만들었다. 통유리로 탁 트인 송정해수욕장을 내려다보는 공간으로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곳은 부산 문화인이 틈만 나면 찾는 '아지트'였다. 매월 한 번 열린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음악해설사의 설명과 와인타임 등이 있었다. '요리영화 상영회'도 반응이 좋았다. 벽면 책장에 다양한 분야의 책이 가득했다.
서울서 오디오 전문업을 했던 김정희(여·55) 대표가 2010년 12월 문을 열었다. 고향에 이색공간을 꾸며 지인과 소통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었다. 보통보다 2.5배 비싼 식재료를 쓰고도 버텨 온 밈은 지난달 말 결국 문을 닫았다. 송정동 젠트리피케이션(본지 지난 1월 13일 자 7면 보도)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됐다.
김 대표가 20일 밝힌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3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6층 건물 전체에 대한 개·보수가 이뤄졌다. 4층 밈은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5층 공사 소음으로 식사 중이던 손님이 나갔고, 건물 외벽 공사 때문에 폐업으로 오인해 단골의 발걸음도 끊기기 시작했다. '정상영업 중'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도움이 안 됐다.
주말이면 110명은 넘게 오던 손님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김 대표는 "건물관리비로 월 10만 원만 내왔지만, 새 건물주는 관리비에 주차장사용료, 수도요금 등의 항목을 추가해 월 80만 원을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해 7월부터 3개월간 월 200만 원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못 낼 처지에 이르렀다. 선처를 구했으나 소용없었다. 건물주는 '밀린 돈을 내든 나가든 택하라'며 11월 중순 명도소송을 냈다. 법원은 밀린 임대료 등 1500만 원을 매월 100만 원씩 15개월에 나눠 내라고 판결했다. 김 대표는 직원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으나 가게를 회복하는 것은 무리였다. 김 대표는 보증금 2000만 원으로 밀린 임대료를 제하고 110만 원만 챙긴 채 가게를 접었다.
이에 대해 건물주는 "건물 매입 후 밈과 계약을 승계하며 개·보수 일정 등을 알렸고 김 대표가 계속 영업하겠다는 뜻을 밝혀 공사했다"며 "전혀 문제 될 것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건물주가 공간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이 자본 논리만 따졌다"며 "송정을 대표하는 가게가 모두 이렇게 사라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송정동에서 심화되는 이런 갈등에 담당 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대구 김회신 주민생활지원국장은 "돈을 벌려는 건물주와 공간을 지키려는 세입자의 입장이 부딪히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구에서 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3.5% 였던 송정동의 지가상승률은 2013년 5.1%, 2015년 9.6% 등으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