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동포 남편 유산 받은 50대女
- 일거양득 노리다 동생까지 손해

지금은 수산물이 개방돼서 별 문제가 없지만, 정부수립 이후 한동안 수산물은 수입 금지 품목이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어종이 청어였다. 1910년 당시만 해도 부산 앞바다에서는 청어가 많이 잡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희귀어종으로 바뀌면서 수입규제까지 되다보니 그야말로 귀한 몸이 되어 버렸다. 이런 사실을 잘 몰랐는지, 누군가 1960년대 중반에 청어를 부산항에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돼 온 나라가 술렁이게 했다.

1964년 당시 수입 금지된 청어가 부산항을 통관하지 못하고 보관됐던 옛 부산시청 부근의 대한수산 냉동보세창고(당시 부산제빙회사).

1964년 2월 10일 '수입 금지된 청어 2000상자가 부산세관에 들어왔다'는 라디오뉴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며칠 후면 설날이라 대목시장을 노린 것으로 오해하기에 충분한 이야깃거리였다. 더구나 오랫동안 청어 맛에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며칠 후에는 '금지된 청어 수입 배후에는 정치세력이 개입되어 있다' '이미 통관되어 전주에서 팔리고 있다' 등 헛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소문과 뉴스를 접한 청와대에서도 세관에 긴급현황보고 지시를 내렸다.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한 부산세관장은 당장 소문을 종식시키기 위해 청어가 압류되어 있던 보세창고 현장으로 가서 부산시경국장과 함께 밤새 청어를 파악했다. 몇 번이나 파악을 해도 청어 2000상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어서 세관에서는 청어 수입경위를 알아보고 화주로 하여금 일본으로 반송조치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화주는 행방불명 상태였다. 수입대행업체의 협조를 받아 화주가 사는 경남 마산시에 세관 수사진이 급파해 수소문한 끝에 월남동에서 당시 58세 된 김모 여인을 찾았다.

김 여인의 본 남편은 일본에 가서 자수성가한 재일동포였다. 일본 동경 부근에서 운수업을 하면서 그곳에서 새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고 잘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본 남편이 몇 년 전 숨지기 직전 '마산 부인에게 1300만 엔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김 여인은 친동생을 대동하고 즉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유산을 한국으로 가져갈 방법을 생각한 끝에 청어를 수입해 가면 일거양득이 될 것 같았다. 일본에서는 청어가 식용보다는 기름을 짜는데 이용되고 있어 가격이 저렴했다. 김 씨 남매는 큰 기대를 걸고 주일 한국대표부에 청어 수입에 대해 문의했고, 국내 사정에 어두웠던 담당자는 청어가 금지품목이란 사실을 모르고 국내 반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세관에서는 "전에도 청어가 목포항에 들어와 통관이 불허된 사례가 있었다"며 반송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씨는 거부했고, 통관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이 흘러 창고 보관료도 껑충 뛰었다. 김 씨는 할 수 없이 동생의 공장까지 팔아야만 했다. 결국 청어는 제과회사의 요청에 따라 과자를 만드는 원재료인 청어 살로 바뀌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보세 작업을 마치고 통관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실 금지품목은 통관이 힘들다. 화주의 딱한 처지가 많이 반영되어 어렵게 통관이 됐지만, 사전에 청어 수입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지식을 가졌더라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저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보니 남편의 유산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고 되레 고생만 잔뜩하고, 손해를 본 딱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부산세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