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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에 부산의 미래를 묻다

전호환 "유라시아 관문" 박한일 "해양산업 접목" 장제국 "잠재력 극대화"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6-09-04 19:43:53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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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인재들의 유출이 심각하다. 대학 진학과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인적자본이 축적되지 않고, 지역경제 성장 속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본지는 창간 69주년 특별기획으로 지난달 31일 부산지역 대학총장 3명과 함께 부산의 미래 가치를 찾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지역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가 되는 청년층의 유출을 막기 위해 대학 간 협력을 통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프로그램 확대, 과감한 인적 투자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또한 지역 청년들에게 도전 의식과 창조적 상상력을 주문했다.

일시=지난달 31일

장소=국제신문사 7층 회의실

참석=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가나다순)

대담=오상준 사회1부장
왼쪽부터 전호환 부산대 총장, 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 전호환 부산대 총장

- 동북아 통합 교통망 해저터널 검토 필요
- 관·학·산업체·시민단체 4자 위원회 구성
- 벤처기업 환경과 양질 일자리 만들어야

# 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

- 물류의 관문이자 세계 해양의 중심
- 기업·대학, 인력 미스매치 해소 노력
- 임기택 IMO총장처럼 글로벌 도전 필요

# 장제국 동서대 총장

- 자연·스토리텔링 등 내재적 가치 정보화
- 대학 출혈경쟁 멈추고 협력체계 구축
- 청년들 포용·정화 '바다정신' 갖춰야


-부산이 추구해야 할 미래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호환(이하 전)=어려운 질문이다. 부산이 통일 한국 시대와 함께 열리는 유라시아 시대에 대비해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 도시'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교통과 물류를 연결해 남북통일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그 시발점으로서 부산의 위상과 가치를 찾아 부산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한일해저터널도 찬반 논란이 분분하지만 '동북아 통합 교통망 구축'의 관점에서 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박한일(이하 박)=몇 년 전 국제신문에서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미래가치'에 관해 설문조사해 보도했다. 당시 응답자들은 역동성, 개방성, 쾌적성, 서민성, 해양성 등의 단어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가치는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해양성'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부산은 우리나라의 근대화, 경제화의 주춧돌이자 물류의 관문이다. 미래에 부산이 추구해야 할 무대도 '세계 해양의 중심'이다. 우리가 가진 해양자원과 기술을 활용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해양산업 현장에 접목해야 한다.

▶장제국(이하 장)=부산의 미래가치는 이미 가지고 있는 내재적 잠재력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정보화하는지에 달려있다. 아직 부산은 수도권에서 발신되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정보수신지에 머물고 있다. 부산의 내재적 잠재력은 자연, 스토리텔링, 완충지, 출발점, 포용, 융합, 개방성 등이 있다. 결국 이런 키워드를 엮어서 완성된 가치를 전국으로 내보내는 '정보발신도시'가 돼야 한다. 정보 발신을 잘하는 도시가 세계적이고 경쟁력 있다.

▶박=좋은 말씀이다. 부산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 문화, 정책 등은 창의·창조에서 시작된다.

▶전=부산대가 마련한 종합 창업 보육 공간인 매쉬업존(Mashup Zone)이 그 예다. 그동안 대학이 도시에 기여한 게 별로 없다. 새로운 걸 창조하고 이를 지원하는 대학이 많아져야 한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장=부산의 12개 대학이 지금은 경쟁만 한다. 이제 중복투자를 지양하고 의미 없는 출혈 경쟁은 그만둬야 한다.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지역인재들이 공유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 교토의 경우 지역대학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교양강좌를 만들고 참여대학 학생들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참여대학들은 이런 식으로 불필요한 투자를 지양하고 각자 대학의 장점을 살려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 부산의 대학들이 각자 특성화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면 부산은 전국의 인재가 찾는 도시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대학의 우수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른바 B-MOOC(부산 소재 대학 온라인 공개강좌)를 설치해 학점 인정 강의를 공유하고, 동시에 전국을 향한 정보 발신도 할 수 있다. 이제 한 대학이 모든 것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역의 모든 대학이 힘을 합쳐 전국 최초로 혁신적인 '조립형 대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작지만 큰 기업을 품은 도시들은 일자리가 많고 교육 및 문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그 도시만의 차별화된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부산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꼽는다면 해양 문화와 물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23년이면 고교 졸업생 수는 39만 6000명으로 감소하고, 대학진학자 수는 현재(53만 명)의 절반 정도인 24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학력 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대학 자원의 효율성, 대학교육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선 대학들이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산의 대학들이 선제적으로 새로운 발전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은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으로 이원화돼 있다. 부산도 대학별 비교우위 분야를 발굴하고 대학 전반에 걸친 인적·물적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협업형 연합대학'으로 가야 한다.

▶박=인재유출 문제는 지역의 공통 과제이며, 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부산 대학들이 협력해 외부에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결국은 일자리가 문제다. 인근 산업단지와 금융, 정보통신(IT) 분야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긴 하지만, 우수 인력이 좀 더 중소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력 '미스매치'에 관한 고민도 필요하다. 지역의 중견기업과 대학들이 협력해 학생들에게 중소기업 장점을 이해시키고, 중소기업도 인재를 유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해양대는 외지에서 오는 학생의 비율이 70% 가까이 된다. 이는 해양 분야에 특성화돼 있기에 가능하다. 부산의 여타 대학, 학과도 학생들이 부산에 와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특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전=관·학·산업체에 시민단체까지 4자가 부산의 미래 정체성에 대해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 환경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박=비관적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부산은 국제영화제와 쾌적한 자연환경 등을 갖춘 매력적인 도시다. 부산의 장점을 학생들이 인식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해야 한다. 국립·사립대에 관계없이 대학끼리도 자원을 공유하고 서로 연구하는 장을 만들자.

-청년들이 배워야 할 부산 정신은 어떤 게 있을까. 대학의 역할은.

▶박=부산 청년은 '글로벌 도전성'이 필요하다.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바다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어 세계를 향한 도전 정신은 부산의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는 '취업 절벽' 탓에 희망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급속한 산업발전 때는 '하면 된다'는 도전 의식이 밑바탕이 됐다. 세계를 우리의 경쟁 상대로 보고 세계로 향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우리 대학이 배출한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이 좋은 본보기이다.

▶장=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바다 정신'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성이 있고 오염물질조차 소금기로 깨끗하게 정화한다. 수평선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미지의 세계를 잇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또 평소엔 평온하다가도 때론 파도로 격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포용성,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화성, 창조적 상상력, 연결성, 격정, 멋 등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코드다. 둘째는 자신이 귀한 존재라는 것을 교육하면 좋겠다. 경쟁만 하다 보니까 1등 아니면 평가 못 받는 사회다. 자신의 능력이 소중하다는 것을 대학에서 교육해야 한다.

▶전=모험·도전정신을 키워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대학 때 저의 오랜 꿈이었던 행글라이더 동아리를 만들었다. 당시 하숙비가 2만 원 하던 시절에 입회비가 3만 원이었는데도 회원이 71명이나 모집됐다. 총 213만 원으로 행글라이더 7대를 직접 제작해 대학 축제 때 금정산 정상에서 대학 운동장까지 퍼포먼스를 했다. 당시 문홍주 총장이 100만 원을 줬다. 그때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 그리고 콘텐츠만 좋으면 자금은 저절로 들어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모험을 즐기고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하는 문화가 조성되면 좋겠다.

▶장=학생들에게 위로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청춘은 원래 아픈 거라는 식의 얘기를 학생들은 듣기 싫어한다. 대학이 기술과 지식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청년에게 어떻게 희망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리=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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