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투자 비용 비해 효율 높은
- 우수정책 발굴·상품화·수출사업
- 이미 매뉴얼·아카이브 구축한
- 서울시 사례 연구땐 실패율 낮아
- 현 부산시 조직구조 전문성 한계
- 교류·간부의전 그친 국제협력과
- 6년된 도시브랜드팀 활동 미미
- ODA 외면…해외진출 의지 부족
- 민간기업 동참 적극 유도하고
- 청년층·퇴직공무원 등 연계해
- 전문인력 일자리 창출 기회로
도시 정책을 수출하려면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한국 산업화 시대를 이끈 제조업 제품만 수출할 수 있다는 사고를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도시 정책을 수출할 수 있을까 하는 원초적 고민보다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 하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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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프놈펜 시 쩡아엑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를 진찰하고 있다. 부산시가 ODA 사업으로 지난 3년간 진행한 쩡아엑 지역건강증진 사업은 오는 11월 끝난다. 굿네이버스 제공 |
■작은 투자, 큰 효과
정책 수출은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사업이다.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다른 분야와 달리 정책 수출은 처음부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오수남 서울시 정책수출사업단장은 정책 수출의 핵심 요소로 전문 인력과 정책 상품, 해외 진출 체계를 꼽았다. 이 중 막대한 돈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없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의력을 가진 전문 인력이다. 우수 정책을 발굴해서 상품으로 만든 뒤 수출하는 것은 모두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이 사업은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직을 구성해, 어떤 과정을 거쳐 정책을 수출할까. 후발주자 부산 입장에서는 서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서울은 지난해 학술연구용역을 먼저 실시한 뒤 전문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거기다 지난 2월 '서울시 우수정책 해외진출 가이드북'을 출간했다. 말 그대로 정책 수출 매뉴얼이다. 여기에는 정책 수출 과정을 ▷우수 정책을 발굴, 상품화하는 '메이킹(MAKING)' ▷해외 도시를 대상으로 정책을 홍보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셰어링(SHARING)'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해외사업을 수주하는 '셀링(SELLING)' 등 3단계로 분류했다. 또 서울시는 정책 수출과 해외 사업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종합 창구이자 국내외 관계기관·민간 기업들과의 온라인 협력 창구로 '서울 정책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부산은 서울 사례를 연구해 정책 수출 분야로 진입할 수 있다.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작정 따라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서울 모델은 자기들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일 뿐 부산과 맞지 않다.
■시 주도로 부산형 모델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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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쩡아엑 보건소에 부산과 프놈펜의 우정을 그린 벽화. |
정책 수출 분야에서는 부산시가 핵심이다. 수출하려는 품목이 도시 정책이기 때문에 시가 앞장서야 한다. 개별 기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설공단 등 자체적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인 기관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 차원의 전담부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재 시의 조직 구조는 정책 수출과 맞지 않다. 시에서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국제협력과다. 이곳의 주요 역할은 단순 해외 교류와 고위 간부의 외국 출장 시 의전에 머물러 전문성이 떨어진다. 여기에다 시의 해외 진출 의지도 부족하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2011년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HLF-4)가 열려 ODA(공적개발원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ODA 부산 포럼이 구성됐고 정부의 ODA 사업을 수행하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지역 사무소가 전국 처음으로 부산에 문을 열었다. 일부에서 ODA를 통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 부산시 자체 ODA 사업 예산은 2억5100만 원으로 경기도의 29억 원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마디로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해외 진출을 꿈꾸며 2014년부터 총 3억 원을 투입한 캄보디아 프놈펜 쩡아엑 지역건강 증진 사업은 올해 끝난다. 아직 후속 사업은 결정되지 않았다.
시가 정책 수출에 주력하려면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경우 자체 조직 내에 해외도시협력담당관 제도를 신설했고 경기도는 외교정책과를 만들었다. 부산형 정책 수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는 전담 조직 구성이다.
이와 함께 부산은 도시 브랜드 분야에서도 취약하다. 시에는 2010년부터 도시 브랜드 담당 부서가 있지만 현재는 팀장(사무관) 1명과 직원 2명으로 꾸려져 눈에 띄는 활동이 없다. 이로 인해 시 내부에서조차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외진출과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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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쩡아엑 보건소 관계자들이 부산시 지원으로 새 단장한 진료실을 가리키고 있다. |
정책 수출의 지향점은 민간 기업을 동참시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까지 연계하는 것이다. 서울이나 경기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등도 민간 기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는 '정부 간 교류(G2G)' 구도를 '정부-기업 간 사업(G2B)'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정책 수출과 일자리 창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책을 수출하는 방식은 단기 교류나 연수부터 1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까지 다양하다. 또 상대 도시의 재정 상태에 따라 수주를 받거나 ODA를 통해 진출하는 방법 등 경우의 수는 많다. 어떤 방식이든 전문 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퇴직 공무원이나 기술자를 재고용한다. 비슷한 길을 걷는다면 부산도 퇴직자 재취업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박사는 "외국어가 능통하거나 기술을 지닌 청년들과 정책 수출을 연계한다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해외 진출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국 유정환 기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 도움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