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산림법인을 설립해 국고(70%)와 지자체(30%) 보조금으로 시행하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사업을 따낸 법인 대표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허위 법인 설립, 작업량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보조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63) B(49) 씨 등 산림법인 대표 4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이들 업자에게 돈을 받고 산림경영기술 자격증을 대여해 준 자격증 소지자 16명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이들 자격증 소지자는 대여료 명목으로 매월 30만~50만 원 또는 연간 100만~200만 원씩 받은 혐의다.

A 씨 등은 산림경영기술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자격증을 빌려 허위로 산림법인을 설립한 뒤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벌목 그루 수 부풀리기, 일괄 하도급 등의 수법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사업 보조금 11억 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사업에 참여하려면 산림경영기술 1·2급 자격증 소지자를 갖춘 '산림법인'을 설립해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여한 자격증으로 허위 법인을 만들어 방제 사업을 따냈다.

또 A 씨 등은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자격증 대여자들이 실제로 방제 작업에 나선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들어 제출했다. 게다가 재선충 피해목을 벌목하지 않고 다른 나무에 부착된 라벨만 떼어내 이미 베어낸 나무 밑동과 떼어낸 라벨을 함께 촬영하는 수법으로 벌목 수량까지 부풀렸다. 이뿐만 아니라 낙찰받은 재선충병 방제 사업 중 일부는 수수료 5~ 10%를 제하고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기까지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된 법인 대표들이 '불법 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전국이 다 비슷한 상황이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이 같은 범법 행위가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사업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부당하게 교부된 보조금을 전액 환수하도록 경남도와 각 지자체에 이런 사실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종호 기자 jhlee@koo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