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때 몰려든 피란민들
- 살 곳 찾아 올라와 형성된 마을
- 돌·천막으로 담장없이 붙은 집들
- 어려운 시절 이겨내 정도 돈독
- 벽화 등 새단장해 관광객에 인기

부산 영도구에는 '봉래산'이라는 큰 산이 터를 잡고 있다. '봉래산 할매'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봉래산 동쪽 산기슭에는 '해돋이 마을'이라 불리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산세가 높아 건장한 젊은이들도 걸어 올라가려면 숨이 찰 정도로 높은 곳에 있었기에, 해돋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고 해서 '해돋이 마을'로 불린다. 이곳 해돋이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의 옛이야기들을 엮어 동화책으로 출판했다고 한다. 6.25 전쟁이 끝난 1950년대부터 시작되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통해 오래전 부산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부산 영도구 해돋이 마을의 벽화. 국제신문DB

■1950년대 부산은 어떠했을까?

6·25 전쟁 당시 부산은 임시수도였고, 전국 각지에서 피란민들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전쟁통에 갑자기 사람이 많이 몰려 주거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짐보따리 하나만을 든 채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은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점점 높은 곳으로 이동했고, 그렇게 형성된 마을 중 하나가 바로 영도 해돋이 마을이다.

해돋이 마을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던 북한 피란민들이 가장 먼저 삶터를 꾸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이북할매길'이라 불리는 길이 옛이야기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보존되고 있다. 여기에 1953년, 부산역 앞 판자촌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집터를 잃은 사람들도 이곳으로 와서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살 곳을 찾아온 이들이지만, 모든 물자가 부족했던 당시 집을 지을 자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려웠다고 한다. 다행히 봉래산 자락에는 돌이 많았기에, 돌과 천막 등으로 겨우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을 지었다. 집집이 담을 쌓을 여유도 없었기에, 앞집과 뒷집이 벽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 해돋이 마을에서는 담장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이 많이 보인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다툼이 잦은 요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옆집 이야기 소리가 그대로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곳 해돋이 마을 어르신들은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훤히 알고 있을 정도로 이웃 간 정이 돈독하다.

산비탈 높은 마을에 당시 상수도 시설이 있었을 리도 만무했다. 몇 안되는 샘터에 물을 긷기 위해 새벽부터 물동이를 든 아낙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던 것도 당시 익숙한 풍경이었다. 공동화장실 앞에도 여지없이 긴 줄이 이어졌다고 하니, 당시 해돋이 마을 주민들에게 '기다림'은 일상이었을 테다.

■세월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정'

마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동화책.

197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으로 해돋이 마을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마을에 상수도 시설이 들어서고, 비닐포대와 돌로 비바람을 간신히 막아주던 집들도 현대식으로 개량됐다. 최근에는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공부방, 공방, 산책로와 전망대 등이 조성되기도 했으며, 마을 곳곳에 아름다운 벽화가 장식됐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풍경 덕분에 관광객들의 발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마을이 단장될수록 주민들의 정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어려웠던 그 시절을 마치 한 가족처럼 지내왔던 이들이기에 이제는 떨어져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정이 많은 할머니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어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에 해돋이 마을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친할머니처럼 인자하신 품 안에서 더 흥미진진한 부산의 옛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원고의 '해돋이 마을' 역사 관련 내용은 사회자본연구소가 2014년 진행한 '영도 해돋이 마을 디자인 워크숍'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박선미·사회자본연구소 대표

김정덕·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NIE 강사


■생각해 볼 점

6·25 동란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는 해돋이 마을과 같이 피란민들이 정착해 형성된 마을이 많이 있습니다. 마을들의 역사를 통해 그 시절 부산의 모습들을 살펴볼까요?

-감천문화마을(부산 사하구 감천동)

-매축지 마을(부산 동구 범일동)

-문현동 벽화 마을(부산 남구 문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