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일동 일대 5개 구역으로 나눠
- 차없는거리·공연장 등으로 운영
- 보행환경 개선 젊은층 유입 기대
- 일대 상인들은 손님 감소 걱정
- 대안 제시된 주차장 실효성 없어
- 주민공청회 등으로 이견 좁혀야
부산 동구 범일동 조방 앞 일대는 1917년대 일본 재벌 미쓰이물산의 조선방직이 들어서면서 섬유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유통환경의 변화로 전통시장이 위축되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옛 명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해당 지자체인 동구는 조방 앞 일대에 특화 거리를 조성해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상권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주변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행정에 일부 상인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조방 앞 상권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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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특화거리 조성을 놓고 주차 문제로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부산 동구 조방로.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사람 중심의 조방 상권 활성화 및 보행환경 개선 사업'은 동구 범일동 830 일대를 사람들이 걷기 좋은 공간으로 꾸며 유동인구를 늘리고 상권을 되살린다는 취지로 지난 4월 시작됐다. 보행환경개선사업비 20억 원과 특화 거리 조성사업비 15억 원 등 총 35억 원이 투입된다. 내년 4월 준공될 예정이다.
구가 추진하는 사업 구간은 총 5곳이다. 1구간은 꽃길과 거리공연장으로 꾸미고, 메인거리가 될 2구간은 빛과 음악의 거리로 조성한다. 또 3~5구간은 '차 없는 거리'와 연계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보행환경 개선에 있다. 인도 너비를 10m 이상으로 확대하고, 5개 전 구간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꿔 보행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다. 향후 시내버스도 사업구간 외곽으로만 운행된다. 동구 경제진흥과 양길식 주무관은 9일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면 조방 일대에 유동인구가 늘면서 부산의 또 다른 특화 거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인도만 넓히면 사람이 찾나
사업 효과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구와 달리 추진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현행 주차장이 대폭 축소되고, 도로도 줄어드는 등 차량 통행에 제약이 따른다. 조방 앞 일대는 식당과 술집이 많아 물품을 납품하는 차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점심이나 저녁에는 고객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에 일부 상인은 보행환경 개선사업으로 오히려 손님들이 찾기 어려운 곳이 될까 봐 불안해한다. 한 상인은 "가뜩이나 주차장이 모자란 상황에서 도로를 좁히고 노상주차장마저 없애면 되겠느냐"며 "또 영화관 하나 없는 곳에 도로를 정비한다고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 역시 이런 상인들의 불만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천 주변 덱 주차장 설치 ▷자유시장 맞은편 도로 보도 축소를 통한 노상주차장 설치 ▷시민회관 한양아파트 부산해수탕 인근 노상 주차장 신설 ▷주차 빌딩 건립을 위해 인근 건물 매입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어느 하나 확정된 것은 없다.
구가 검토 대상에 올린 일부 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조방 일대 상권과 거리가 먼 동천 주변 덱에 노상주차장을 설치한다는 방안이 단적인 예다. 특별회계나 정부사업 공모로 주차장 부지를 구매하는 안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일대 땅값은 3.3㎡당 3000만 원 정도로 비싸다.
상인들의 반발을 고려한 구는 사업 구간 중 일부를 보류해 노상 주차장을 유지하려 하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구 한정수 경제진흥계장은 "주차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상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화 거리, 민관 협력이 관건
사실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보행자 중심의 환경개선사업의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동아대 김회경(도시계획공학) 교수는 "성장을 강조하던 1970, 80년대에는 차량이 우선이지만, 이제는 도로개선사업에서 보행권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주민이나 상인들과의 협의는 필요하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갈등을 일으키고, 향후 더 큰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부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일례다. 시는 지난 6월 기본설계 용역에 들어간 데 이어 내년 말 착공해 1년 안에 준공할 계획이지만, 상인들은 생존권과 주차난 우려 등으로 사업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서면 복개천 상인 연합회'를 조직해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 때문에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상인들이 불안감을 덜 수 있도록 대안과 미래상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사업 시작 단계에서 공청회 등으로 주민 의견을 많이 듣고 이견을 좁혀야 한다"며 "도로환경개선사업의 모범 사례를 사전에 파악해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범일동 '조방 앞' 흥망성쇠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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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였던 1917년 11월 조선 최초의 근대 면방직 공장인 조선방직이 설립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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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공장 해체 후 그 자리에 자유 시장 등이 들어서며 부도심 상업 공간으로 변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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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미널·기차역 덕에 1980년대 들어 예식장이 우후죽순 생겨나 예식장 최대 밀집지역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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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교통난 심화와 재래시장 쇠퇴로 상권이 약화돼 예전의 번영을 찾기 어려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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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권 활성화를 위해 최근 동구와 조방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지역 축제를 열기도 했다. |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