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기사 "타이어 펑크 났다"
- 생존 승객 "졸음 등 부주의 운전"
- 운전자 도로교통법 위반 등 12건

'타이어 펑크냐, 운전 부주의냐'.

지난 13일 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 인근에서 승객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난 관광버스의 타이어가 파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인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 참사는 추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고 원인을 두고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운전기사 이모(48) 씨는 14일 경찰 조사에서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차로를 변경한 후 타이어가 파손되면서 갓길의 콘크리트 분리대를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졸음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운전기사와 상반된 얘기를 하고 있다. 울산시 남구 좋은삼정병원에서 만난 한 생존자는 "차 환기구와 창문을 깨고 나왔는데, 사고 당시 타이어가 펑크 났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생존자는 "과속하던 버스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서 콘크리트 분리대를 들이받았고, 그 상태로 100∼200ｍ 달렸다"면서 "졸음운전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도로공사 CCTV에 찍힌 당시 영상을 보면, 비상등을 켜고 1차로를 달리던 사고 버스는 갑자기 2차로로 차선을 바꾼다. 앞뒤로 달리던 버스들 사이로 끼어든 버스는 제대로 진로를 찾지 못한 채 오른쪽 콘크리트 분리대를 들이받는다. 분리대를 2, 3차례 충격하며 200ｍ가량 질주한 뒤 버스 뒷부분에서 갑자기 화염이 치솟는다.

경찰은 운전자가 과속하며 앞의 차량을 추월한 뒤 진로를 2차로로 급히 변경하려다 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있다.

수사본부를 꾸린 울산 울주경찰서는 "관광버스가 1차로로 운행하다가 2차로에서 달리던 버스 2대 사이로 급하게 끼어드는 영상이 있다"며 "버스기사가 무리하게 차로를 변경하려다 사고가 났는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를 부인했다.

사고 후 운전기사의 구호 여부에 대해서도 기사와 승객들의 말이 다르다. 이 씨는 "운전석 옆 소화기를 들고 뿌렸는데 불이 꺼지지 않았고, 곧바로 버스 맨 뒤로 가서 창문 유리를 깨고 승객을 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승객은 "사고 직후 '비상탈출용 망치가 어디 있느냐'고 소리쳤는데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 씨는 1988년 이후 음주·무면허 등 총 9건의 도로교통법 위반과 3건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은 사람이 다치는 교통사고를 낸 것을 말한다. 경찰은 사고 버스의 블랙박스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 등을 의뢰할 예정이다. 버스의 장치 결함이나 타이어 펑크 여부 등의 조사는 국과수가 맡게 된다.

사고 관광버스는 올해 2월 출고됐으며, 그 이후 타이어 교체는 없었다. 버스에는 또 시속 106㎞ 이상 운행할 수 없는 장치가 있으나, 사고 구간의 속도 제한은 시속 80㎞다. 경찰은 운전기사 이 씨가 안전운행을 하지 않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