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동·동면 아우르는 8.1㎞ 3시간 둘레길
- 신라시대 만들어진 북부동 산성따라 정취 느끼며 뚜벅뚜벅
- 밤나무 군락지에 편백 피톤치드도…전망대선 수원지 절경

동산장성(東山長城)길은 경남 양산시 중앙동과 동면 지역을 아우르는 도심 근교 길이다. 트랙만 8.1㎞에 달하며 쉼터 3곳과 도심 조망로 2개소, 진입로 5개소 등이 조성됐다. 이 길은 오르막이 없는 숲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도심 속의 둘레길로 자리 잡고 있다.

경남 양산시민들이 도심 근교 둘레길인 '동산장성(東山長城) 길'을 걸어가고 있다. 국제신문 DB

시는 길의 명칭이 형태상 둘레길이지만 지자체마다 둘레길이 너무 흔하게 사용되고 있어 고심했다. 결국, 성황산과 동산에 길게 쌍성을 축조해 왜구의 침입을 막았다는 사적자료(신증동국여지승람)에 근거한 산의 옛 이름 동산과 옛날 이 길이 산성로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동산장성으로 명명했다.

트랙 8.1㎞ 중 2㎞는 재단법인 천주교 부산교구 유지재단 소속 정하상 성바오로 영성관 측 등의 임야가 포함돼 있지만 임야 소유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동산장성은 완공됐다. 진입로는 양산대와 천주교 영성관, 하신기 전망대, 계원사, 다방동 등 5곳이며 전체 거리를 걷는데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신기 마을 진입로를 따라 동산장성 둘레길로 들어섰다. 조금 오르니 양산시 신기동 일대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공사 중인 울산~김해 간 국지도 60호선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동의 중앙동 사무소쪽으로 오르니 산새 소리가 청아하게 들렸다. 마른 낙엽이 길가에 조금씩 쌓여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길이 한적하니 마음이 청아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양산시청쪽에 가까워 지니 북부동 산성(사적 제98호)이 옆에 보였다. 이 산성은 신라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직 흔적이 남아있다. 산성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산성에서 방향을 틀면 밤나무가 많은 군락지를 만난다. 길가에 떨어진 밤 줍는 재미가 솔솔하다. 아직 가시가 많아 조심하지 않으면 손을 다칠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하나 튼실한 놈을 하나 주워 돌로 껍질을 떼내고 먹는 밤 맛이 남다르다.

하신기 쉼터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숨을 고르며 벤치에 앉아 보니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소각해 묶어 놓은 현장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소나무 재선충의 심각성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길가에 편백도 많이 심겨 있었다. 편백은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를 내뿜는 수목으로 유명해 휴양림 등에서 필수적으로 심는 수목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곳을 걸으니 다른 곳보다 기분이 더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옛 양산대) 방향으로 걸으니 계원사가 보였다. 계원사는 가야시대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는 통도사 말사이다. 절의 모양새는 소박하지만 산사 부근에 봄철 만개하는 야생화는 보기 드문 절경이다. 이곳에서는 아치형 목재 교량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 계곡이 깊어지면서 물소리도 크게 들려 깊은 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조금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산중턱이다 보니 전망이 확 트여 시원한 느낌을 준다. 전망대에 앉아 땀을 식히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망대에서는 동원과학기술대를 비롯해 동면 법기수원지 일대가 보였다. 울창한 산림의 수원지가 절경을 뽐내고 있었다. 또 옛 양산시 쓰레기 매립장도 보였다. 지금은 매립이 끝났지만 가동 당시 쓰레기 차들이 오가도록 조성한 콘크리트 포장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천주교 영성관 분기점도 이 부근에 있다. 커다란 성모 마리아상을 보니 숙연한 느낌이 들었다. 동원과기대와 가까워 졌다. 이곳에서는 내리막길인데 길이 좁아 내려오는데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길 안내문이 약간 사실과 다르게 표기돼 초행길 사람들은 길을 잘못 들어 헤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양산대 끝 지점에서는 돌아가는 길을 조심해야 한다.

처음 하신기 마을에서 출발해 동원과기대를 종착지로 한 사람은 출발지로 갈려면 동원과기대에서 찻길을 따라 4㎞가량을 더 걸어야 한다. 그런데 이 길이 차량 통행이 많은데다 인도도 없어 걷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따라서 하신기 마을에서 동산장성길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동원과기대에서 하신기 마을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 이에 맞춰 걷는 시간을 정하는 것을 권한다. 동산장성길 안내문은 등산로와 함께 표기돼 있어 자칫하면 등산로로 진입해 길이 엇갈릴수 있다. 동산장성길은 시가 가족단위로 걸을 수 있도록 나트막 하지만 너비는 두 사람이 함께 걸을 수 있도록 품을 두고 만들어 걷는데 별 불편함은 없다. 흙이 좋아 비가 와도 금방 물이 빠져 좋다. 시가지와 가깝고 산 아래 낮은 곳에 위치해 여자들끼리 걸어도 별 어려움은 없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 사색하기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 주말이나 휴일 등 시간이 날 때 물소리, 산새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길이다. 물론 가족 단위로 소풍 삼아 걷기도 적격이다. 소나무와 편백 등 푸른 나무가 많지만 가을이 성큼 다가온 지금은 누렇게 낙엽이 진 나무가 많아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은 때다. 깊어가는 가을 연인이난 가족, 친구끼리 손잡고 동산장성길을 걸으며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 것도 멋질 것 같다.


# 양산 북부동 산성은

- 해발 276m의 작은 동산…띠를 두른 듯 돌로 쌓아

경남 양산시 북부동 산성은 사적 제98호로 지정됐으며 북부동 남부동 중부동 다방동 등에 걸쳐 있다. 해발 276.8m로 동산의 9부 능선을 띠를 두르듯이 돌로 쌓은 테메식 산성이다.

성의 남쪽에는 다방천이 흐르고 북쪽에는 명곡천이 흐르는데 명곡천을 사이에 두고 신기리 산성(사적 제97호)과 마주보고 있어 쌍성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산성의 남쪽 정상부에 서면 멀리 동면 호포쪽에서 양산천의 줄기를 선명하게 바라 볼 수 있다.

성 안에서 채집되는 유물과 성의 동측 사면의 중부동 고분군을 근거로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라 때 낙동강을 따라 수도 경주로 침입하려는 일본군을 막기 위해 처음 쌓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근처에 양산패총이 있어 이 일대가 신라시대의 중요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 닭바위 전설 서린 계원사 들러보세요

동산장성길을 걸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계원사(사진)다. 계원사에서 양산 시가지를 향해 서서 왼쪽을 바라다 보면 가까운 능선 끝에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의 이름은 '닭바위'다. 옛날에 계원사 아래 삼동리 마을 사람들이 새벽이면 닭바위에서 나는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새벽을 열었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2003년 4월 경내 마당에서 신라시대 토기가 출토돼 신라시대에는 지역의 유명사찰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일제 강점기 1910년 중창됐다고 전해진다.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전체 전각이 휩쓸려 없어졌으나 1960년에 대웅전 삼성각 요사채 등을 지어 오늘에 이른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