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형 싫다는 환불 고객 늘면서
- 팔때 받은 리베이트 반납할 판
- 고객 할인에 사용한 매장 울상

"제품을 잘못 만든 삼성 탓에 애꿎은 휴대전화 매장만 문을 닫게 생겼어요."

배터리 불량에 따른 삼성 갤럭시노트7(이하 노트7) 단종 여파가 일반 휴대전화 매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노트7을 다른 기종으로 교환하지 않고, 환급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면서 제품을 팔 때 받았던 리베이트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25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노트7을 교환하거나 환급한 규모는 전체 판매량의 10%다. 교환·환급 비율은 7 대 3 정도"라고 밝혔다. 국내 교환·환급 대상이 약 50만 대임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3만5000여 명이 교환을, 1만5000명가량이 환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자사 휴대전화 기기로 교환하는 고객에게 기깃값 10만 원과 통신비 등을 지원하며 교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추세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 11일 삼성전자가 노트7 교환·환급 정책을 발표한 지 2주가 지났지만, 나머지 90%는 여전히 노트7을 사용하고 있다. 박모(34) 씨는 "홍채 인식 등 좋은 기능을 갖춘 최신 제품을 사기 위해 위약금까지 물며 노트7을 구매했는데, 왜 구형 모델로 바꿔야 하느냐"며 환급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트7을 팔며 받았던 리베이트를 반납해야 하는 휴대전화 매장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북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 A 씨는 "10명 중 서너 명은 환급하겠다고 찾아온다. 지금은 '조금 더 쓰다가 환급하라'며 설득해 돌려 보내고 있지만, 연말에 환급 요구가 밀리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통상 휴대전화 매장 직원은 폰을 판매하면 제조사와 통신사로부터 일정 금액의 리베이트를 받는다. 기종, 요금제 등에 따라 최대 3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상당수 매장은 고객 유치를 위해 이 금액의 일부를 기존 사용하던 기기의 남은 할부금을 내주거나 위약금을 대납하는 등 암묵적으로 고객에게 돌려주고 있다. 동래구의 휴대전화 판매업자 B 씨는 "단통법 시행 후 불법이 됐지만 대부분 가게에서 '개인적 지원'을 통해 고객을 유치한다"며 "화난 고객에게 지원했던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도, 불법이라 보전받을 방법도 없다"고 토로했다.

삼성은 현재 노트7을 '갤럭시 S7'이나 'S7엣지'로 바꿔 사용하다가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 S8'이나 '노트8'을 구매하면 기곗값의 절반을 지원하는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환급 고객을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