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탈퇴 속출·최순실 여파 분석
- 교총 "원래 조건부 찬성" 해명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견지해 온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교총이 지난해 국정교과서 찬성 이후 교사들의 회원 탈퇴가 속출한 데다,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정 교과서 폐지 여론이 거세지자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새 교총 회장에 당선된 하윤수 부산교대 총장은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정 교과서가 1948년을 국가 창립으로 보는 것은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며 이 부분만큼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오는 28일 공개되는 교과서를 검토해 과도하게 친일적으로 기술된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하 총장은 2대에 걸친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다. 조부인 하준호 선생은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은 독립운동가이고, 아버지도 항일운동을 하면서 일본 경찰에 총탄을 맞고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이 때문에 하 총장은 건국절 사관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한국교총은 지난 12일 대의원회의를 가진 뒤 채택한 결의문에서도 "친일·독재 미화,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의 여론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제작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교총은 지난해 10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 내용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국정화 찬성 입장을 밝혀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를 지지해왔던 교총이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최근 재점화된 국정 교과서 반대 여론 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원래 무조건 찬성이 아니었고 다양한 집필진 참여 보장, 투명한 절차 등 3대 선결 조건이 있는 조건부 찬성이었다"며 "3대 조건에 더해서 건국절 부분이 포함되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