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굽이쳐 흐르는 남강 옆
- 악양루~백곡교 2.1㎞ 구간
- 오랜 세월 잘 보존된 둑 따라
- 푹신한 비포장길 자박자박

- 봄엔 양귀비·수레국화 천지
- 새벽 물안개·옛 나루터도 볼만
- 경비행기로 악양들 풍경 만끽

경남 함안군은 여항산 같은 높은 산도 있으나 대체로 완만한 지형이어서 쉬엄쉬엄 걷기에 좋은 고장이다. 가야읍 말이산 고분군, 입곡군립공원, 입곡문화공원 등과 같이 걸으면서 산림욕도 하고 건강을 다지는 힐링할 수 있는 명소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함안 악양둑방길'이 으뜸으로 손 꼽힌다.

	경남 함안군 법수면 악양둑방길. 길가의 꽃은 시들었으나 내년에 꽃 피울 양귀비 등의 새싹이 돋아나면서 아직까지도 푸르름이 남아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둑 아래에는 경비행기가 창공을 날기 위해 대기 중이다. 노수윤 기자

함안군과 의령군, 창녕군을 나누는 것은 남강과 낙동강이다. 이 물길을 따라 수백 ㎞의 둑이 만들어져 있는데 악양둑방길은 이 중 한 부분이다. 악양루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잘 보존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굽이쳐 흐르는 남강을 따라 이어져 있다.

찾기도 쉽다. 부산과 대구·경북, 경남에서 방문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함안IC에서 내려 수백 ｍ 떨어진 돈산삼거리에서 함안군농업기술센터를 거쳐 함안대로를 따라 수 ㎞를 가다 악양삼거리를 지나면 함안군 법수면 윤외리 악양둑방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비게이션에 악양루나 악양교를 검색해서 가면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다.
■낭만과 추억, 꽃이 만발한 황톳길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었던 둑이고 인근 사람들만 찾았을 뿐 타지 사람들은 찾지 않아 황량함마저 감돌았던 둑이 이제는 손꼽히는 관광지로 바뀌었다.

악양둑방길은 악양루 근처에서 함안과 의령을 잇는 백곡교까지 2.1㎞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황톳길이다. 너비 4∼5ｍ 중 1∼2ｍ는 꽃을 심는 공간이고 중간으로 길게 길이 나 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길과 달리 황톳길은 걸으면 푹신함을 주고 매연이 없어 상큼하기까지 하다.

11월의 둑길은 코스모스 등이 시들어 잎이 떨어지고 줄기가 말라 있는 초겨울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 봄을 또 화사하게 수놓을 여린 꽃 새싹들이 겨울을 보낼 채비를 하고 있다. 악양둑방길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함안군농업기술센터 차은희(49) 씨는 "가을에 둑방길 양옆의 시든 꽃들을 모두 제거하고 지난달 파종을 했다"며 "추위가 닥쳐 잎이 모두 떨어지고 뿌리만 남은 채 겨울을 보내야만 이듬해 5월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다. 미리 파종하지 않고 봄에 심으면 단년초라도 5월에 꽃이 피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새싹들도 그득하다"고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또 한 해를 준비 중인 것을 느낄 수 있다. 내년 봄을 맞을 유채꽃도 벌써 자라고 있다.

봄이면 양귀비로 둑길이 붉게 물든다. 여기에 안개꽃과 금영화, 수레국화가 뒤섞여 말 그대로 '꽃 천지'다. 꽃길을 따라 걸으려는 관광객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기 일쑤다. 하천부지를 메운 우엉은 멀리서 보면 푸른 잔디밭인 듯하다. 일부 관광객들은 연이 그득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봄철에는 평일 하루 평균 600여 명이 찾고 주말과 휴일이면 2000명이 넘게 찾아와 둑길을 발디딜 틈없이 메운다.

■경비행기와 자전거로 내달린다

	봄이 되면 둑방길이 양귀비로 물든다.

풍차와 바람개비가 바람에 한없이 돌고 코스모스도 시들어가는 가을, 둑마루 원두막에 앉아 들판을 바라보면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하얗게 늘어선 비닐하우스가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시다. 둑방길에는 원두막 쉼터가 4군데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강은 넉넉한 물을 담고 초겨울의 따사로운 햇살을 반사하며 한없이 반짝거리고 있다.

둑방 아래에는 경비행장이 자리하고 있다. 성우항공이 경비행기 7∼8대를 갖추고 있어서 경비행기를 타면 악양들과 둑방길, 남강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굳이 경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함안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악양들판 저 너머 가야읍이 보이고 더 멀리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표범이 잡힌 것으로 기록된 여항산이 우뚝 솟아 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둑방길 한쪽 끝인 백곡교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의령군 한우산의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온다. 남강 맞은편은 의령군 정곡면이다.

어느 계절이라 할 수는 없으나 특히 가을과 겨울이면 둑방길을 달리는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와 타는 사람도 있고 가야읍에서 함안천 둑길을 따라 악양둑방길까지 온 자전거 라이더도 있다. 마을기업인 악양곳간은 자전거를 대여하기도 한다. 남강과 함안천이 만나는 하천부지에는 광장이 마련되어 있다. 함안천을 따라 가야읍으로 가다 보면 갈대숲이 장관이다.

군 관계자는 "악양둑방길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둑 주변에 차량 5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하고 마을 길도 1차로에서 왕복2차로로 확장을 추진 중"이라며 "둑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백곡교 주변에는 옛 나루터, 악양교 인근에는 악양루 등 볼거리도 즐비하다. 새벽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해 질 무렵 노을과 어우러진 둑방길도 놓치면 안 되는 풍경"이라고 귀띔했다.

노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