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본회의서 통과 확실시

경남 양산시의회가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협약에 제동을 거는 조례 제정에 나섰다. 자치단체가 예산 부담이 따르는 협약을 체결하면서도 의회 동의를 거치지 않는 폐단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양산시의회 기획행정위는 7일 이기준(새누리·동면 양주동) 의원이 발의한 '양산시 의무부담이나 권리의 포기에 관한 의결사항 운용 기본조례'를 심의해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이른바 '강민호 야구장 재발 방지 조례'로 불린다. 지난해 양산시가 시의회의 사전 동의없이 시비가 투입되는 야구장 조성 협약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 선수와 체결하면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이날 조례 발의까지 이르렀다. 이 조례는 의원들 간 별다른 이견이 없어 오는 20일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 조례는 시가 행정적·재정적 의무부담을 지거나 권리의 포기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협약(합의각서, 양해각서 등)을 체결할 경우 사전 시의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시의회가 조례 제정에 나선 것은 시가 지방자치법을 무시하고 각종 협약체결을 남발해 조례로 이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시의회의 파악 결과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양산시가 체결한 MOU(양해각서) 43건 중 시의회 동의를 받은 것은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협약 중 상당수가 시의회 동의나 의결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데도 시는 주민 대표기관인 의회를 무시해왔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이 같은 협약을 남발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와 시민에게 전가된다고 우려했다.

시가 지난해 9월 경남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남지역본부와 체결한 '도시철도 사업비 분담 및 동면 사송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협약'의 경우 LH가 도시철도 사업비 중 일부를 분담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LH는 협약 체결 1년이 넘도록 사업비 부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부산시와 양산시가 LH 분담분을 부담할 지경에 놓였다.

시의회는 당시 협약체결 전 시의회 동의절차를 밟았다면 LH의 사업비 미부담에 대비한 법적 안전 장치를 갖추는 등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조례를 발의한 이 의원은 "이 조례는 무분별한 협약체결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각종 협약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