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불황 여파 회원 10명 불과
- 후원활동 접고 해체 결정

울산지역 최장수 외국인 봉사단체인 '고아원후원회(Orphanage Committee)'가 올해를 끝으로 27년간의 활동을 접는다.

울산 고아원후원회가 연말을 맞아 지역 어린이들에게 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바이올렛 우 회장이 한 아이를 꼭 안아주고 있다. 이 후원회는 조선업계 수주 급감으로 회원 수가 줄면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해체하게 됐다. 현대중공업 제공

최근 불어닥친 조선경기 불황으로 선박 주문량이 많이 감소했고, 그러다 보니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파견된 외국인 선주 및 선급 감독관과 이들의 가족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고아원후원회는 현대중공업에 상주하는 외국인 감독관과 가족들이 주축이 돼 1989년 설립됐는데, 한때 30명이 넘던 회원 수가 지금은 10명 정도로 급감하는 바람에 후원회 해체를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27년의 역사를 이어온 후원회 활동을 막상 접기로 하자 회원들은 너무나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다. 2008년부터 8년간 후원회 회장을 맡는 바이올렛 우(여·48) 씨는 더하다. 바이올렛 씨는 덴마크 머스크(Maersk) 사의 감독관인 남편 헨닝 야콥슨 씨를 따라 2005년 울산으로 왔다. 올해 말 남편의 프로젝트가 끝나 내년 초 대만으로 돌아간다. 그는 자신도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소외계층 아이들을 돕는 데 관심이 많았는데 울산에 오자마자 자연스럽게 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바이올렛 씨는 15일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보내는 진심 어린 감사는 큰 기쁨이었고,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에 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며 "고아원후원회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감회를 전했다.

현대중공업 외국인 사택에는 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를 위해 미국 프랑스 대만 덴마크 등 전 세계 50여 개국 1100여 명의 선주와 선급 감독관, 그 가족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고아원후원회를 만들어 직접 운영했을 뿐 아니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육 봉사와 성금 모금, 기부 등 다양하고 활발한 나눔 활동을 펼쳤다.

또 올해까지 각각 26년, 23년째 이어진 김치 담그기와 기증품 판매전 등 현대중공업 주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지역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매년 놀이동산을 방문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었다. 마술쇼나 풍선 쇼 등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상품권을 나눠주는 등 이들의 활동은 국경을 초월한 사랑 나눔이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