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산행 이어
- 그룹 R&D센터 성남 이전 확정
- 그린에너지·로보틱스도 추진 중
- 지역 경제계 "심각한 타격" 우려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 일환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사업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의 '탈(脫) 울산'이 잇따르고 있다. 울산에 본사를 둔 유일한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엑소더스로 인해 지역 경제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와 그룹 통합 R&D 센터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통합 R&D 센터는 오는 2020년까지 성남시 백현지구에 준공 예정이다. 센터는 그룹의 제품 개발과 관련한 기초연구를 포함한 통합 R&D 업무를 수행하고, 미래 신사업 창출과 신기술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센터의 구체적인 규모와 인원은 향후 내부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울산지역 경제계는 외형적으로는 연구개발 시설이 설립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현대중공업 그룹의 본부가 성남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 나아가 이는 현대중공업 본사가 사실상 성남으로 이전하고 울산에는 생산기지만 남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MOU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현대중공업 강환구 대표는 "울산 등에 산재한 그룹의 R&D 인력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본부 건물이 성남에 생기는구나 생각하니 뿌듯하다. 현대중공업하면 성남이 연상되는 그런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2일 현대중공업은 선박 관련 통합 AS를 전담할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부산에 출범시켰다. 이뿐 아니라 앞으로도 현대중공업은 그린에너지는 충북 음성으로, 현대로보틱스는 대구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발표한 사업 재편 계획에 따른 것이다. 계획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회사를 6개사로 분사하고, 이 중 3개는 타 지역으로 이전한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의 일부 사업분야에 대한 도미노식 탈울산이 시작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경제에 더욱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울산 경제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3년 울산에 추진하던 연구개발 시설(현대E&T) 건립은 무산시키고 다른 지역에 설립기로 해 실망감이 크다"며 "게다가 신규는 물론 기존 사업까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상당수 인력이 동반 이전하게 되면 울산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