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관로공사 후 전면통수 뻔해"
- 여론조사 의구심 주민투표 요구

2년째 계속된 부산 기장군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희망 가구에만 전용관로를 통해 해수담수를 공급하겠다는 부산시의 '선별적 물 공급'(본지 지난 20일 자 1면 보도) 정책이 되레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20일 부산시의 물 공급 계획에 따르면 해수담수화 수돗물은 2018년부터 기장군 장안읍 9개 산업단지와 기장읍 일부 공장에 하루 1만3000t씩 공급된다. 오는 2025년까지는 2만5000t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장 해수담수화플랜트의 하루 생산량은 3만6000t이다. 이 중 75%(2만7000t) 이상을 공급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산업단지는 물론 일반 가정에도 물을 공급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상당수 기장 주민들은 '선별 급수'가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한다. 겉으로는 물 선택권을 준 것처럼 했으나 전용 관로공사가 끝나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만큼 전면 통수가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물 공급 여부를 개별세대가 아니라 마을 또는 아파트 단위로 결정하는 것도 갈등을 낳을 소지가 크다. 해수담수화 수돗물이 가정에 공급되는 2018년부터는 동네 식당과 목욕탕도 해수담수화 물을 쓰는 곳과 아닌 곳으로 나뉘어 '민민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단체인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처음 시행되는 물 공급 정책"이라며 "이미 물 공급 시스템이 있는데 왜 별도로 돈을 들여 이런 일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부산시의 여론조사에도 의구심을 나타낸다. 시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7700여 명(기장군민 200명 별도)에게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였으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기장해수담수반대주민대책위 김세규 집행위원장은 "당연히 반대가 많았을 것"이라며 "주민투표를 시행해 반대가 많으면 전용관로 공사비로 93억 원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해수담수반대위는 21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장태래 시설부장은 "주민 요구에 따라 수돗물 음용에 대한 선택권을 달라고 해서 준 것이다. 마을이나 아파트 단위에서 반대하는 세대가 일부 있다면 공급을 안 하는 게 맞다. 100% 원하는 곳에만 물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기장군민은 공급 반대 표가 약간 더 많았고, 전 시민 조사에서는 공급 찬성이 더 많았다. 기회를 보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