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이 2010년 대대적으로 단행한 도심 간선도로 제한속도 하향 조정이 실제 차량 통행속도를 낮추는 데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경찰이 내년부터 도입을 시도하는 중앙대로 제한속도 하향 추진(시속 60㎞→50㎞) 역시 지금의 교통 여건을 먼저 개선하지 않는 한 '하나 마나 한 정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본지 취재팀은 시의 중앙대로 제한속도 하향 추진에 맞춰 2007~2015년 부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총 11만6847건과 시의 연도별 교통조사 용역 원자료를 입수·분석하는 등 부산 교통안전을 긴급 점검했다. 분석에는 빅데이터 시각화 프로그램인 태블로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부산 도심 간선도로의 평일 승용차 평균 통행속도는 2007년 24.8㎞(이하 시속), 2008년 25.2㎞, 2009년 24.3㎞에 그쳤다. 경찰은 2010년 5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중앙대로 수영로 등 도심 주요 간선도로 15개 구간의 제한속도를 70㎞에서 60㎞로 내렸다. 그러나 그 이후 간선도로 평균 통행속도는 2010년 31.9㎞, 2011년 35.0㎞, 2012년 34.3㎞, 2013년 34.0㎞, 2014년 32.8㎞ 등으로 나타났다.

시는 2015년 조사 시간을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16시간으로 변경했다. 그랬더니 2015년 간선도로 평균 통행속도는 28.7㎞로 조사됐고, 이는 제한속도 하향 이전 24시간을 기준으로 한 속도보다 빨라졌다.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든 도심 간선도로의 평균 통행속도는 2010년 제한속도 하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승용차 요일제, 대중교통 이용 정책 등이 차량 통행속도를 소폭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가 이번에 추진하는 중앙대로 제한속도 목표치는 50㎞ 이하인데, 지금도 중앙대로를 비롯한 도심 전체 간선도로의 평균 통행속도는 50㎞를 넘지 않는다. 결국, 중앙대로의 제한속도를 내년에 60㎞→50㎞로 낮추더라도 차량 통행속도의 변화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간선도로 15개 구간 제한속도 하향 조정이 이뤄진 2010년을 전후해 교통사고 발생건수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부산 전체 교통사고는 2009년 1만4082건, 2010년 1만3847건, 2011년 1만3893건, 2012년 1만4733건 등의 추이를 보였다. 2007~2015년 부산에서 발생한 총 11만6847건의 교통사고 중 사고 원인이 '과속'으로 판명된 사례는 178건(0.15%)뿐이다.

동의대 백태경(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 교통은 '흐름'이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하향 조정하는 건 필요하지만,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선 적합하지 않다"며 "부산은 외곽 순환도로가 완성되지 않은 만큼 도심 간선도로 제한속도를 60㎞ 아래로 낮추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중앙대로 제한속도 하향 찬반 설문조사를 시행 중이며, 이 결과를 토대로 정책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권혁범 김영록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