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적 인정 불구 개최 차질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해 온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는 내년부터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해묵은 이념 논쟁 탓에 국·도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세계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져 온 콩쿠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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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열린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첼로부문 결선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엘라 판 파우커(Ella van Poucke)의 연주 모습. |
22일 경남 통영시와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따르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예산 가운데 올해 국비에 이어 내년에는 도비마저 지원이 끊기면서 콩쿠르 개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콩쿠르는 경남도·통영시 공동 주최로 그동안 국비(1억 원) 도비(2억 원) 시비(1억 원) 등 총 4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선생의 타계 일인 11월 3일 즈음에 개최됐었다.
하지만 경남도가 내년도 예산안에 도비 2억 원을 상정조차 하지 않으면서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올해부터 국비 1억 원의 지원도 끊긴 상태다. 올해 행사는 시가 1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 도비 2억 원과 시비 2억 원으로 힘겹게 치렀지만, 내년부터 도비 2억 원마저 지원이 중단되면 재정력이 약한 시로서는 행사 자체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경남도는 지역 현안 사업 중 우선순위에 밀려 콩쿠르 예산 반영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예술계는 해묵은 이념 논쟁이 발목을 잡은 결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대회인데도 지원을 늘려주기는커녕 국비에 이어 도비마저 삭감한 배경에는 윤이상 선생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세계적인 작곡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대대적인 행사는 못 할망정 세계무대에서 자리를 잡은 콩쿠르마저 중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행사 주관 단체인 통영국제음악재단은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당장 내년 1월부터 콩쿠르 참가 접수와 해외 심사위원 선정 등에 착수해야 하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콩쿠르는 애초 2003년 경남도의 제안으로 경남국제음악콩쿠르로 출발한 뒤 2008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로 거듭나면서 전 세계 차세대 유망 음악인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도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특히 이 콩쿠르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국제 기준의 음악경연대회여서 국제적 망신까지 우려된다. 정부도 대회 가치를 인정해 국내 참가자 가운데 2위 입상까지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한다.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계자는 "내년은 윤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인데 정부에 이어 도가 예산 지원을 일방적으로 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국제적인 가치를 지닌 문화적 자산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