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위험한 곳 알려주고 예방위주 단속
- 속도 높일 곳·낮출 곳 유연성 있게 시행
- 40년만에 사망자 연 1만7000→4800명

1970년대 연간 1만7000여 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등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교통지옥'에 시달린 일본은 이후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이 적극적인 안전대책을 시행해 2010년 사망자 수를 4800여 명까지 낮췄다. 일본 역시 교통 안전대책에서 차량 속도 규제를 중요하게 여긴다. 속도에 따라 차량 정지거리나, 충돌 때 충격 정도가 다르다는 기본 원리에 바탕을 둔 대책이다. 그러나 일본의 도로 제한속도 기준은 우리처럼 도심 간선도로의 속도를 일괄적으로 하향하는 등의 방법과 크게 다르다. 도로의 실제 평균 통행속도, 사고 위험성, 중앙분리대 유무, 보행자 등의 요인을 고려해 제한속도를 정한다. 속도를 낮출 곳은 낮추고, 높일 곳은 높이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일본 경찰의 교통안전 활동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 경시청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별도 '교통안전' 페이지를 둬 다양한 정책을 소개하고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홈페이지에 시기별 교통사고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적합한 맞춤형 단속·예방 시스템을 가동한다. 2016년 12월 현재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을 보면, 경시청은 '지난해처럼 올해도 12월은 오후 4~6시에 교통사고가 잦을 것으로 우려돼 주요 교차로에서 교통지도 단속을 강화한다. 올해 초등학생 사망사고는 화물차에 의한 비율이 높아, 화물차의 조수석 시야 확보를 위해 커튼 등 승차 적재방법 위반 단속을 강화한다. 지난해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30건, +22.6%), 특히 사망사고(+3건, 75.0%)가 증가해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한다'고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때그때 필요성을 알리고 상황에 맞게 단속하는 것이다. 제한속도 위반 단속도 마구잡이로 하지 않는다. 일본 경시청은 홈페이지에 현재 시점에서 과속 단속을 하는 도로와 도로 위 지점을 정확하게 공개한다. 과속사고 위험이 큰 지점을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 주의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런 맞춤형 단속·예방 덕에 일본 경시청은 그동안 법정속도(시속 60㎞) 아래로 하향했던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경시청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타마뉴타운대로를 비롯해 도쿄도 내 도심 도로 6곳, 국도 2곳의 구간별 제한속도를 시속 50㎞에서 60㎞로 상향했다.

부산도 이처럼 구간별, 소단위별 맞춤형 교통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선 서울이 1994년부터 자치구 단위의 교통개선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