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간 협치 부재 망신살
- 시기 혼선에 시민들 혼란 가중

부산시가 경남 김해시와 협의도 없이 1일부터 부산~김해 경전철 요금을 1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시민사회에서는 "광역자치단체의 '협치'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는 31일 설명자료를 내고 "경전철 요금 인상 시기는 김해시의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2월 8일) 심의가 끝나고 협의한다"고 밝혔다. 김해시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전철 요금 인상은 부산시 물가대책심의위에서 결정한 것이다. 김해시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아 2월 요금 인상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2월 1일 요금 100원 인상'이 백지화된 것이다.

발단은 부산과 김해시의 '무소통'에서 비롯됐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27일 물가대책위원회를 열어 경전철 요금 100원 인상을 결정했다. 2011년 9월 개통한 경전철은 그동안 한 번도 요금을 올리지 않아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시는 물가심의위에 제출한 자료에 '2017년 2월 1일 시행. 경남 김해시와 합의되었음'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도 '경전철 요금이 2월 1일부터 오른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김해시와 협의'했다는 부산시 주장은 절반만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지난해 7월 공문으로 경전철 요금 인상에 대해 합의했다. 구체적인 인상 시기나 인상 규모는 명시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물가대책위원회에 '200원 인상안'을 올렸다가 100원 인상으로 최종 결론냈다. 그리고 시행시기까지 구체적으로 못을 박았다. 인상 시기와 규모를 김해시와 상의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김해시는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사태가 불거지자 두 자치단체는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김해시가 부산시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합의했다. 김해시가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될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해시 관계자는 "지난해 협의 때 요금 인상 시기는 결정하지 않았다. 왜 부산시가 독자적으로 '2월 1일'로 못박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부산시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오는 8일 경전철 요금 인상안이 김해시의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부산시와 재협의 ▷민간사업자인 부산~김해경전철에 통보 ▷30일간의 공고를 거치면 3월 말이나 4월 초가 돼야 요금 인상이 가능하다. 만약 김해시에서 요금 인상안이 부결되면 요금 인상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두 자치단체의 황당한 행정으로 인해 시민들만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이훈전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부산시와 김해시가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행정으로 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반드시 책임자를 가려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국 박호걸 기자 kukie@kookje.co.kr

◇ 부산-김해 경전철 요금인상 사태 개요 2016년 7월14일-부산·김해 공문으로 경전철 요금 인상 합의(시행시기 언급 없음) 2016년 12월27일-부산시 물가대책위원회에서 경전철 요금 100원 인상 결정 '부산시 2017년 2월1일 시행, 경남 김해시와 합의되었음' 명시 2016년 12월28일-부산시, 김해시에 경전철 요금 인상안 공문으로 통보 2016년 12월28일-김해시, 부산시에 시행시기 독자 결정에 항의 2017년 1월31일-본지, 2월1일부터 경전철 100원 인상 보도 2017년 1월31일-부산시·김해시 2월1일부터 요금 인상 불가 발표 2017년 2월8일-김해시,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개최해 경전철 요금 인상안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