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16곳 의사 등 36.6명 꼴
- 광역시 평균 64.8명과 격차
- 시민질병 예방·관리 역부족

부산의 암울한 건강지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국민안전처의 '지역안전지수' 평가에서 부산은 평균 3.5등급(최하 5등급)을 받아 17개 시·도 중 최하위에 그쳤다. 결핵을 비롯한 감염병의 발생률과 자살률이 높은 게 원인이었다. 간암 사망자도 부산은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많다. 10만 명당 18.5명(2015년 기준)에 달한다. 자궁경부암 대장암 심장질환 사망자와 자살자는 전국 2위(2016 부산시 건강지표 원인 분석 및 대책 용역)다.

이러한 통계 결과가 나올 때마다 보건당국은 재탕삼탕 대책을 내놨다. "음주·흡연율 감소와 생활습관 개선 캠페인을 하고 암 검진을 확대해…." 건강지표는 아직 개선될 기미가 없다. 10년째 7대 도시 1위인 결핵 신환자(10만 명당 68.6명) 원인도 규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질병 예방과 관리의 최일선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부산복지개발원이 2015년 발간한 '제6기 부산시 지역의료보건계획'에 따르면 보건소 한 곳의 평균 인원은 부산이 36.6명이었다. 전국 50.3명은 물론 특별·광역시(64.8명)와 큰 차이가 난다.

보건소 인력 한 명이 맡는 주민 수도 부산이 6030명으로, 전국(4016명)과 특별·광역시(4842명)보다 훨씬 많았다. 인구 10만 명인 부산 동구의 보건소 내 정규직은 의사 2명을 포함해 34명에 불과하다. 인구 12만 명인 서울 중구의 보건소 102명(의사 9명)의 32% 수준이다. 건강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펼치려고 해도 전문인력 부족으로 겉핥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16개 보건소 정원도 2000년 625명에서 올해 1월 기준 683명으로 17년 동안 9%(58명) 느는 데 그쳤다. 이는 1996년 지역보건법이 개정된 이후 21년간 '1과(보건행정과) 체제'가 한 번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 보건소는 4과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보건소 조직개편을 추진하다가 예산난을 이유로 중단했다. 부산시의회 이진수 복지환경위원장은 "보건 분야 예산도 한 해 1100억 원 수준에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병원 김창훈 공공보건의료실장은 "부산 노인인구 비율(15.5%)과 만성 질환자 비율이 전국 1위이다.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보건소 인력이 터무니없이 적다 보니 건강지표 개선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부산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20년 전과 비교해 보건소 인력은 그대로인데 업무는 급증했다. 보건소 조직 대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화영 김봉기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