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O형'과 'A형', 완전히 다른 두 유형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1100만 마리를 사육 중인 전국 돼지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돼지의 경우 A형 바이러스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않아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만큼, 일단 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2일 "구제역은 A, O, C, Asia1, SAT1, SAT2, SAT3형 등 총 7가지 혈청형으로 유형이 구분된다"며 "우리나라는 소의 경우 O형과 A형을 동시에 방어할 수 있는 '2가' 백신을, 돼지는 O형 전용 '단가' 백신이 선정돼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을 제조하는 나라는 영국 중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소수 국가로 한정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경기 연천의 소 농가에서 7년 만에 다시 A형이 확인되면서, 돼지 농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 됐다. 중국에서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3건의 A형 구제역이 돼지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있는 A형 백신은 소 전용으로 수입되는 O+A형 백신뿐이다. 그마저도 현재 정부가 확보한 재고가 190만 마리분에 불과해 소 일제 접종(283만 마리)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육 돼지가 1100만 마리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돼지에 접종할 A형 백신을 급하게 구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날 충북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의 한우 농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O형' 구제역 바이러스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5일 이후 구제역 확진 건수는 보은 3건, 전북 정읍 1건, 경기 연천 1건 등 총 5건으로 늘었으며, 살처분 마릿수도 1000마리를 넘어섰다.

충북도는 이날 보은군 탄부면 상장리의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이는 소 3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