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도 못 하고 15분 만에 취소
- 부산시·법무부 일방 추진 비판
전국에서 가장 노후화된 부산구치소를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사상구 민심이 사분오열됐다. 부산시와 법무부가 사전에 주민들과 협의 없이 '밀실'에서 추진한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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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와 사상구가 16일 엄궁동 주민센터에서 열려고 했던 '부산구치소 이전 주민설명회'가 엄궁동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김봉기 기자 |
부산시와 법무부·사상구가 16일 엄궁동 주민센터에서 개최한 '구치소 이전 주민설명회'는 15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엄궁동 비상대책위원회 400여 명이 거세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이날 비상대책위는 손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구치소 이전 전면 백지화'를 외쳤다. 한때 송숙희 사상구청장을 10여 분간 둘러싸면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마련한 이전 설명회에서도 격렬한 항의화 함께 고성이 터져 나왔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서부산 균형발전 주요 프로젝트'에 따라 현재 사상구 주례동에 있는 부산구치소를 감전동과 엄궁동의 경계인 위생사업소(분뇨처리장)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총 1735억 원을 투입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위생사업소 시설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8층짜리 아파트형 구치소를 세운다는 것이다.
그러자 엄궁동 주민들은 혐오시설인 구치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지역 이기주의도 있지만 부산시와 법무부가 사전에 주민들과 교감 없이 계획을 급작스럽게 발표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엄궁동 주민 윤봉희(여·64) 씨는 이날 "정화조 옆에서 44년을 살았는데 이제 그 위에 구치소를 들여놓겠다니 말도 안 된다"며 "부산시·사상구·국회의원이 짬짜미해 생활 환경을 더 악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성경이(여·53) 씨는 "우리에게 의견 한 번 묻지 않고 이전을 발표했다. 행정기관이 엄궁 주민을 허수아비로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치소 이전으로 사상구의 동별 민심도 심상치 않다. 엄궁동과 학장동이 지역구인 부산시의원과 사상구의원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송숙희 청장은 "오늘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다소 격앙됐던 것 같다"며 "합리적인 의견을 모아 부산시와 법무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이번 기회가 아니면 구치소 이전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05년부터 3차례나 이전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부산시 송삼종 서부산개발본부장은 "전국의 구치소들이 최근 10년 동안 지역을 벗어나 이전하는 사례가 한 건도 없을 정도로 혐오시설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사전에 사상구와 충분히 협의해서 이전을 결정했다. 반대 민원이 공식 접수됐으니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1974년 완공된 부산구치소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정시설이다. 수용 인원(2200명)이 정원(1480명)을 넘을 정도로 포화상태가 지속돼 수용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확장 이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