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사진)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족쇄에서 사실상 풀려났다. 홍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홍 지사는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6일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홍 지사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은 상고할 방침이어서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인 금품 전달자이자 성 전 회장의 측근 윤모 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전달한 사람은 윤 씨이고, 윤 씨가 성 전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홍 지사에게 준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윤 씨의 진술밖에 없다.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윤 씨의 진술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1억 원을 전달하려고 홍 지사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을 찾아간 과정이나 집무실의 구조 등에 대한 윤 씨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에 공사 중이었던 국회 의원회관의 상황을 윤 씨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심스럽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홍 지사가 평소 친분관계가 없던 성 전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을 동기도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금품 전달자인 윤 씨가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윤 씨가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만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을 피하기 위해 '자백' 취지의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2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도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로써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정치 생명이 위기에 처했던 홍 지사는 기사회생하게 됐다. 그는 항소심을 앞두고 자제해 왔던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의 아이콘'이란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보수 세력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항소심 무죄 선고 직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치 않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천하대란(天下大亂)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순백 정옥재 기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