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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의 부산항 이야기 <63> 대풍포(待風浦)

조선통신사 해풍 기다리며 머물던 곳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2-19 18: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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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대평동 호안 옛이름
- 임란 당시 일본군 주둔지
- 일제강점기 때 피항지 변모

경북 울진군 구산항에 가면 대풍헌(待風軒)이란 현판이 걸린 정자가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조사하고 관리하러 가던 수토사들이 머물렀던 곳이었다. '바람을 기다리는 집'이라는 의미의 대풍헌은 당시 돛단배를 타고 울릉도까지 가려면 적당한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이게 여의치 못하면 머물렀던 곳이다. 지금은 매축으로 사라지긴 했지만 부산항에도 이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포구가 있었다. 오래전 영도구 대평동 일대는 낚시바늘 모양의 큰 사주가 바다를 향해 뻗어 있었다. 그 호안이 대풍포(待風浦)였다. '바람이 인다'는 뜻의 풍발포(風發浦)로도 불린 것을 보면 두 지명이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부산지명총람에 '대풍포는 어선들이 풍랑을 피하기 위해 잠시 피항하는 포구'라고 적혀 있어 일맥상통하다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면이 있다.
   
1916년에 시작된 대풍포매축공사는 본격적인 영도개발의 신호탄으로서 장장 10년에 걸쳐 진행됐다. 1905년 복병산 쪽에서 바라본 영도 대풍포.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조선시대 부산은 일본으로 가는 통신사행의 출발지였다. 6척의 통신사배에 400~500명을 싣고 바다를 건너야 했기에 좋은 날씨를 위해 영가대에서 해신제를 지내며 무사안전을 빌었다. 해신제의 목적은 상서로운 바람을 만나 통신사 일행의 순항을 비는 데 있었다. 이를 미뤄 볼 때 초기에 불렀던 기풍제(祈風祭)란 말이 더 어울렸는지 모른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역풍이 불면 돛단배가 항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풍세가 좋을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 조선통신사 사행록을 보면 한두 달 정도가 보통이었다. 1607년 통신부사로 갔던 경섬의 '해사록'에는 20일, 1718년 제술관으로 갔던 신유한의 '해유록'에는 한 달 남짓, 1763년 정사로 간 조엄의 '해사일기'에는 두 달간 머물렀던 것으로 적혀 있다.

이처럼 삼사를 비롯한 통신사 일행들이 오랫동안 부산에 머물다 보니 그 지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대개 해운대나 몰운대 등 명소를 찾아 유람하거나 아니면 인근 산을 오르며 풍류를 즐겼다. 조엄은 빈일헌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보니 너무나 답답하고 지겨워서 후풍사(候風詞)란 시를 지어 종사관을 비롯한 사행들과 창수하며 즐겼다. 그의 칠언절구를 보면 바람을 기다리는 애절한 심사가 묻어난다.

欲渡滄溟風不至(욕도창명풍부재) 한바다를 건너자니 종일 바람이 불지 않아 / 朝朝天際占雲頭(조조천제점운두) 아침마다 하늘가의 구름머리 점쳐보네
誰令海若淸前道(유령해약청전도) 어느 뉘 해신시켜 앞길을 밝혀주어 / 萬里長波穩六舟(만리장파온육주) 만리라 창파에 여섯 배가 편안하리

   
해신제를 지내고 나면 통신사 배는 바람을 맞으려고 한 발짝 외항으로 다가선다. 지금의 감만동 해변이 출발선상이었다. 대풍포는 경상우수영 쪽인 거제, 통영 등 남해안 등지로 뱃길에 나서기 위해 바람을 기다리는 포구였다. 이곳은 임란왜란 당시엔 사쓰마수군의 주둔지였고, 이후엔 일본이 첫 화해의 손길을 내민 절영도왜관이 들어선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엔 항만의 배후도시로 매축이 이뤄짐과 동시에 점차 선박이 동력화가 되면서 서서히 대풍포는 피항지로 변모됐다.

부산세관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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