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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19> 합천 가야산 소리길

계곡 휘감아 도는 청아한 물 소리…예가 극락이로세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17-02-19 19:54:24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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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군·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
- 공동투자해 2011년 조성한 길
- 국내 '걷기 좋은 길 10선' 들어

- 옛 선비 시 지었다는 '농산정'
- 가야산 최고 비경 '낙화담' 등
- 장애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어

경남 합천군 가야산 홍류동 계곡을 따라 난 '가야산 소리길'은 국내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둘레길 가운데 한 곳이다.

이런 명성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걷기 좋은 길 10선'에 이름을 올리면서 빛을 더했다. 여기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2000여 명이 뽑은 '겨울철 숨은 명소'에도 가야산 소리길에 있는 농산정과 해인사 원당암이 포함됐다. 가야산 소리길은 굽이마다 만나는 비경이 일품이다. 가야산 19개 비경 가운데 소리길에서만 16개 비경을 만날 수 있다.
가야산 소리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설치된 목재 덱을 탐방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비경을 품은 홍류동 계곡에는 모두 8개의 다리가 설치돼 있다.
■소리길, 극락으로 가는 길

가야산 소리길은 고려 초조대장경 제조 1000년을 기념해 2011년 열린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행사와 함께 개방됐다. 옛 홍류동 계곡길을 정비하고 끊어진 길을 복원해 만든 것이다. 합천군과 가야산 국립공원 사무소가 40여억 원의 사업비를 공동투자한 이 길은 2011년 6.3㎞를 개방한 뒤 이후 해인사 상가지구까지 1㎞ 구간을 더 연장해 현재 7.3㎞에 이른다. 일직선 구간으로 천천히 걸으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왔던 길을 되돌아 왕복 14.6㎞를 걷기도 하고, 소리길 종착지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가야면에 있는 대장경 테마파크 내 주차장에 차를 두고, 각사교를 건너면 왼쪽에 황산1구마을 표지석과 함께 이정목이 소리길 입구임을 알린다. 대형 표지석엔 소리길의 뜻이 새겨져 있다. 탐방길에 동행한 합천군청 이동률 홍보담당은 "소리길의 '소리'는 음향(Sound)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蘇利) 즉 이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뜻으로 불가에서는 '극락으로 가는 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했다.

한적한 농촌 들녘을 지나 2㎞쯤 가면 소리마을에 도착한다. 소리마을은 청량산과 소리길이 나뉘는 삼거리에 있다. 마을주차장이 있어 일부 탐방객은 이곳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소리길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야산 소리길의 비경을 만나게 된다. 수백 년 된 송림 숲속에서 뿜어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웅장한 바위를 휘감아 도는 청아한 물길과 폭포, 산새 소리에 지친 마음을 씻어내고 깊은 사색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무릉도원으로 들어간다 하여 이름 지은 무릉교와 칠성대를 지나면 쉼터인 작은 연못을 만난다.
■신선 된 최치원 선생을 만나다

연못을 지나 홍류문에서 길상암까지 이어지는 1.4㎞ 구간은 최치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이다. 이 구간에는 가야산 5경인 홍류동에서 13경인 제월담까지 무려 9곳의 비경을 만날 수 있다. 홍류동 다리를 건너면 최치원이 즐겨 찾아 시를 지었다는 농산정(籠山亭·경남문화재자료 172호)이 단아한 자태를 뽐낸다. 조선 시대 유림이 최치원을 추모해 정자를 세우고, 그의 칠언절구의 한 구절을 따 농산정이라 이름 지었다. 농산정 건너편 암벽에는 그 칠언절구가 새겨져 있다. '첩첩 바위들 사이 미친 듯 내달려 겹겹 쌓인 산들 울리니(狂奔疊石吼重巒) /지척 사이 사람 말소리조차 구분하기 어려워라(人語難分咫尺間) /시비 다투는 소리 귀 닿을까 늘 두려워(常恐是非聲到耳) /흐르는 물로 산을 통째 두르고 말았다고 일러주네(高敎流水盡籠山).'

칠언절구에서 표현한 대로 가야산 소리길은 계곡물 소리와 함께 걷는 길이다. 때로는 나지막하게, 때로는 옆 사람과 대화가 어려울 만큼 웅장하게 걷는 내내 함께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세상의 온갖 소리에 지친 몸과 마음의 귀가 편안해질 수밖에 없다. 최치원은 농산정 외에도 학사대 등 가야산 곳곳에 족적을 남겼지만, 그의 마지막은 어느 역사기록에도 남아있지 않다. 단지 어느 날 숲속에 갓과 신발을 남겨둔 채 신선이 되어 하늘로 갔다는 전설만이 내려오고 있다.

■빼어난 경관에 넋을 잃다

길상암을 지나 영산교까지 이어지는 800m의 소리길은 홍류동 계곡 가운데 길이 끊어졌던 곳을 복원한 구간이다. 사실상 가야산 소리길의 비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이다.

가야산 19경 가운데 낙화담(14경)과 첩석대(15경) 회선대(16경) 등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낙화담은 이 길의 백미로 꼽힌다. 웅장한 바위벼랑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장쾌한 물줄기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잠재우고, 짙푸른 못은 흰 물거품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 구간의 또 다른 장점은 유일하게 무장애 탐방구간이라는 점이다. 가장 빼어난 구간인 만큼 노약자와 장애인도 불편 없이 자연을 만끽하도록 한 배려가 돋보인다. 또 다른 묘미는 곳곳에 세워진 연작시를 읽는 재미다. 모두 16개의 비경이 있는 장소에 시를 적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이 연작시의 연원은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인사 주지 스님이 어느 거사에게 가야산 일대의 명소를 정해 연작시 형태로 시를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거사는 모두 19곳을 정해 시를 남겼는데 그 가운데 16개 비경이 가야산 소리길 구간에 있다. 나머지 세 곳은 해인사 경내에 있는 학사대와 중턱에 있는 기우제 장소인 봉천대, 정상 상왕봉(1430m)에 있는 샘 우비정이다.

바위가 층층이 겹쳐 쌓인 첩석대와 신선이 노니는 바위인 회선암을 지나면 어느새 종착지인 해인사 상가지구에 도착한다.


# 주변 볼거리

- 천년 숨결 느낄 수 있는 대장경테마파크

가야산 소리길 출발지인 대장경테마파크는 또 다른 볼거리다. 대장경테마파크는 2011년 대장경 세계문화축전과 함께 조성됐다. 총 12만4620㎡ 부지에 '대장경천년관'을 비롯해 6개 전시관과 1개의 입체영상관을 갖췄다. 2013년 두 번째 축전에 이어 4년 만인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2017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이 열린다.

합천군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시설물을 보강했다. 지난해 4월 완공된 대장경 폭포는 폭 40m, 높이 35m의 국내 최대 자연유하식 인공폭포다. 지난달에는 정문인 장경루 앞에 '천년의 숨결, 고려대장경'(사진)이라는 이름의 초대형 대장경판 모형을 설치했다. 길이 7.3m, 높이 3.5m 규모로 반야심경을 새긴 철제 경판을 사람이 두 손으로 받들고 있는 형상으로, 고려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을 향하고 있다.

이밖에 천년의 마당 가장자리에는 일명 '애기를 품은 소나무(애품소)'가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대장경판 제작에 주로 사용된 산벚나무를 비롯한 8종류의 나무를 팔괘 형태로 심은 대장경나무도 눈길을 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고의 포켓스톱이 해인사 구간에 35개소나 되고 VR(가상현실) 체험도 무료로 할 수 있다.

글·사진=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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