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blacklist)'란,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명단, 흔히 수사 기관 따위에서 위험인물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한다. 과거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감시하려고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온 일이 있었다.

'문화융성'을 4대 국정 방향의 하나로 내걸고선 뒤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계를 탄압한 박근혜 정부의 이중성이 특검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났다.

특검이 구속기소 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블랙리스트 주도자들의 탄압 사례를 보면, 정권 입맛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과 단체를 골라 조직적으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했다. 부산 울산 경남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확인됐다.

세월호를 소재로 다룬 부울경 문예인들은 현 정부의 주요 탄압 대상이었다. 세월호 관련 시와 글 때문에 정권 눈 밖에 난 최영철 시인과 문학평론가인 한국해양대 구모룡 교수가 대표적이다.

특히 구 교수는 현 정부 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 풀 명단에 포함되고도 실제 선정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한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이 만드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 발간 사업을 신청한 인디고서원도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니 어이가 없다.

그런데 더 경악스러운 것은 어린이용 동요 뮤지컬 '구름빵'까지 블랙리스트 대상이었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홍비'와 '홍시'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 왜 불온한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성격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억압하고 감시한 블랙리스트의 야만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 등 블랙리스트 정책에 관여한 4명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적시했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나 비록 탄핵소추사유엔 빠져 있으나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행위에 속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탄핵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구속된 블랙리스트 주도자들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됐다. 엄중한 법의 심판 못지않게 블랙리스트에 따른 왜곡 지원 바로잡기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낙인 찍혀 불이익을 받은 사람과 단체의 원상회복이 필요하다. 감민진 가야초 교사


# 어린이 사설 쓰기

옛날 중국에 방총이라는 사람이 한단이라는 나라에 인질로 가게 되었을 때 그는 왕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방총은 "그러면 왕이시여, 두 사람이 똑같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습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왕은 "한번 의심해 보아야겠지"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세 사람이 똑같은 소리를 하면 믿겠습니까?"

"그러면 믿어야겠지."

그러자 방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세 사람이 그런 말을 하게 되면 정말로 시장에서 호랑이가 나타난 것으로 믿게 됩니다. 저는 이제 한단으로 가게 됩니다. 한단은 아주 먼 나라입니다. 제가 떠난 후, 저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하게 될 사람은 세 사람뿐이 아닐 것인데, 왕께서는 부디 귀담아듣지 말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실이 아닌 말일지라도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면 믿게 됩니다. 특히 그 누구를 비방하거나 헐뜯는 말은 더욱더 그러할 것입니다.

사람에게 귀는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듣기 위한 것이고, 하나는 버리기 위한 것입니다. 무엇을 듣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가진 귀를 잘못 사용하게 되면 여러분이 가진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과연 여러분은 '나의 귀가 무엇을 듣고, 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자기 생각을 이유를 들어 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