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리학 대가 정여창 선생 고향
- 드라마 다모·토지 촬영지로 유명

- 역사 깃든 한옥 60여채 보존
- 가마솥 밥 짓고 한과 만들며
- 부모 아이 함께 민속놀이 한 판
- 하룻밤 묵으면서 여유 만끽

통영 ~ 대전고속도로 지곡 IC를 빠져 나와 5㎞가량 가면 지곡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파출소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경남 함양군 개평한옥문화체험 휴양마을(이하 개평마을)이 나온다. 농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되면서 마을 명칭이 변경됐다.

경남 함양 개평한옥문화체험 휴양마을을 찾은 체험객들이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인 일두 고택 마루에 앉아있다. 조선시대 '동방 5현' 중 한 명인 일두 선생은 성리학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

'개평'이라는 이름은 두 개울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에 마을이 위치해 "낄 개(介)"자 모양을 하고 있다 해서 유래됐다. 함양의 중심에 위치한 이 마을은 영남의 대표적인 선비마을로, 조선 시대 오현 중 한 명인 일두 정여창 (1450~1504) 선생의 고향이다.

이 마을은 한옥 여행지로 전국적 유명세를 얻고 있다. KBS 대하 드라마 '토지'와 하지원 김민준 이서진 주연의 MBC 드라마 '다모'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현재 104가구가 있고, 이 중 98가구에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전체 가구 중 60% 정도가 수백 년 전 외형과 공간을 그대로 사용할 정도로 전통가옥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전통 남방형 가옥 2동과 종암우물, 디딜방아 등이 최근 초가지붕 이엉이기로 말끔히 단장됐다.

■한옥 문화의 깊이를 느끼다

체험객들이 한과 체험을 하고 있다. 기름에 튀겨 내지 않고 뜨거운 장작불에 달궈진 자갈에서 구워내는 방식으로 한과를 만든다. 개평한옥마을 제공

개평마을은 수백 년 된 전통한옥이 잘 보존된 고택촌이다. 높이 2~3m의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기와집이 즐비하고 마을 구석구석에 '선비 마을 함양'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고택은 '오래된 집' 이상이다. 역사와 정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과학적 설계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한옥박물관으로도 불리는 이 마을은 하동 정 씨와 풍천 노 씨의 집성촌이다. 100년이 넘는 고택 60여 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중 일두 선생의 고택인 '일두 고택'이 볼거리다. 동방 5현(정여창,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으로 꼽혔던 일두 선생은 성리학의 대가다. 남도 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으로 충효 정려를 다섯 번이나 받아 솟을대문에 편액 5점이 걸려 있다. 충효를 실천하는 가문의 전통을 말해준다.

대문에 들어서면 정면에 안채로 향하는 일각문이 있고, 오른편이 사랑채다. 'ㄱ' 자형의 사랑채는 기둥을 아래위 두 개로 나누어 세운 것이나 통풍을 위해 위쪽 벽을 막지 않고 트이게 만든 구조가 독특하다. 용사랑채의 백미인 누마루에 오르면 백두산과 한라산, 지리산을 마당에 조성해놓은 석가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위로 용틀임하듯 뿌리박고 있는 노송이 운치를 더한다. 풍천 노 씨 대종가, 오담고택, 노 참판댁 고가, 하동 정 씨 고가도 만나며 양반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한옥 문화 체험은 한옥의 특성상 방 개념이 아닌 안채(방 5개) 사랑채, 바깥사랑채(방 2~3개) 등을 임대하는 형식으로 하루 이용에 20만~35만 원을 받고 있다.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과 함께 가마솥 밥 짓기, 전통 전 굽기, 민속놀이 등을 하며 가족의 소중함과 한옥 문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전통 음식을 맛보다

개평마을에서는 한과를 비롯해 약과, 전통 부과 만들기와 두부 만들기, 떡메치기, 가마솥 밥 짓기, 고추 장아찌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마을 한과는 기름에 튀겨 내는 방식이 아닌, 뜨거운 장작불에 달궈진 자갈 위에 굽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일반 한과보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체험객의 예약을 받아 직접 된장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하루 동안 미리 불려둔 콩을 가마솥에 7시간 이상 삶는, 전통적이고 친자연적인 공법으로 된장을 제작한다. 가마솥에서 콩을 삶아 만든 된장, 청국장은 근본적으로 맛이 다르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청국장은 콩을 뜨거운 곳에서 발효시켜 누룩이 생기도록 만든 속성 장류이기 때문에 하루 정도 머물고 가는 체험객들이 만들기에 적합한 장류다.

또 된장은 발효시켜 먹기까지 몇 달이 걸리지만 막된장은 만드는 즉시 바로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식사시간에는 전통기법으로 만든 된장과 청국장을 맛볼 수 있다.

개평마을에서 먹는 된장국의 특징은 별다른 첨가 재료 없이 숙성된 맑은 된장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담백하면서도 깨끗하고 구수한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단체 체험객의 경우 갖가지 나물을 넣은 비빔밥도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비벼 먹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개평마을에서 재배한 깨를 직접 짜 별미를 느낄 수 있다.

■전통주를 음미하다

이곳에서 전통주인 지리산 솔송주도 만날 수 있다. 일두고택 인근에 솔송주 문화관이 있다. 솔송주는 일두 선생 가문에서 500년째 내려오는 가양주다. 잘 지은 고두밥에 발효시킨 밀술을 넣고 주재료인 솔잎을 넣어 빚은 것으로, 한 모금 마시면 입 안과 목에 싱그러운 솔향이 은은하게 번진다.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이자 대한민국 식품 명인 제27호인 박흥선(64) 씨가 시댁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주를 상품화한 것이다. 솔송주 문화관에서는 무료 시음과 함께 자세한 제조비법을 들을 수 있다. 예약을 통해 고두밥 짓기, 술 증류 내리기, 솔송주 빚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비용은 2만 원이며 1시간~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